땀 많이 흘리는 여름철 최고음식…비타민C 풍부해 피부 탄력 지켜
여름철 우리집 부엌 시렁에는 '밥 바구니'가 있었다. 8남매 뒷바라지 하느라 살림살이는 궁색했다. 아마 냉장고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리밥은 진기가 없었다. 그래서 점심 때가 되기도 전에 배는 고팠다. 두 동생들은 엄마가 일 하시는 밭에 나가보자고 야단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밭에서 일 하시는 엄마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서 조금만 참아보자고 달래곤 했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엄마는 대나무 바구니에 열무 한아름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오신다. 우리의 모습을 보시며 "배고프지? 좀 기다려라" 하시며, 열무를 다듬어 놓고 학돌(맷돌)에 고추랑 밥을 넣고 가신다. 순식간에 열무물침치를 담아 내셨다. 덕분에 우리는 학돌에 버무린 열무김치를 한 잎씩 얻어먹었다. "엄마, 맛있어. 빨리 밥 줘" 우리는 발을 동동거렸다. "소 여물을 썰고 계신 아버지, 불러 오너라" 우리는 대나무 편상에 둘러 앉아 시렁에 있는 '밥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큰 양푼에 보리밥을 넣고, 방금 담그신 짜박하게 국물이 있는 열무물김치랑 고추장에 참기름 한 방을 넣고 어머니는 맛있겠다며 쓱쓱 비비신다. 아버지 밥그릇에만 밥을 담아내시고, 우리는 숟가락만 들고 양푼 속으로 직행이다.
'뭐가 그리도 급하셨을까' 쉰여덟에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다. 지금 기억에는 냉장고가 없어 참 불편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편하시다는 말씀 한마디 없이 매일 김치를 담그셨던 것 같다. 담벽락 옆에 놓인 학돌은 어머니의 즉석 요리도구였다.
여름철 가장 많이 먹는 김치가 열무김치이다. 옛날에는 한 여름철에 물김치를 먹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장마에 열무씨만 뿌려놓으면 고온과 습도에 녹아버리기가 쉽다. 우리 어머니들께서는 현명했다. 여름철에도 김치를 먹을 수 있는 농사방법을 터득해야했던 것이다. 콩밭에 열무씨를 뿌려 콩잎의 그늘을 이용해 '덤'으로 열무를 생산할 수 있는 나름 농사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된 노동으로 입맛 잃은 여름철 우리네 밥상에서 열무김치가 없었다면 입 맛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콩밭에서 나는 열무는 부드러워 맛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려 몸 안의 비타민과 전해질이 빠져 나가 식욕도 떨어지고 피로를 느끼게 되는 여름철에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주는 열무는 여름과 궁합이 잘 맞는 채소이다. 열무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있어 피부의 탄력을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줘 감기와 같은 질병을 예방해준다. 열무에는 비타민 A도 포함 돼 있어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시력저하 방지에 도움이 되며, 피부와 모발 건강에도 좋다. 또한, 열무에는 산삼에 함유되어 있는 사포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는 혈관의 탄력성을 조절해주는 데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낮춰주고 낮은 사람은 높여준다.
▲ 만드는 방법
재료 = 열무, 마늘, 마른고추, 청,홍고추, 양파, 대파, 밥(찹쌀죽)
1. 열무를 씻어 굵은 소금을 뿌려 살짝 숨을 죽인다.
2. 절인 열무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뺀다.
3. 양파는 채 썰고, 대파는 흰부분만 썬다.
4. 청,홍고추는 반으로 잘라 씨를 뺀다.
5. 마른고추, 마늘, 밥, 물을 넣고 믹서에 갈아 김치국물을 만든다.
6. 김치국물에 재료를 넣고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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