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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칼럼] 요즘 정치 방정식

김승일 (객원 논설위원)

 

인간은 본래 정치적 동물이다. 정치는 사람들의 삶 모두를 지배한다. 먹고 자고 일하고 즐기는 모든 일이 정치의 단면이다. 정치는 세금을 거두도록 하고 국방의 의무를 지우기도 하며 때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바로 정치가 법을 통하여 우리 생활을 철저히 지배하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 한순간도 정치에서 떨어져 살 수 없다. 아무리 정치에 오불관언하며 냉소적 시각으로 비켜 서 있다 해도 정치는 내 사고(思考)의 틀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대의민주주의의 완결을 내가 가진 한 표의 권리행사에서 찾는 것도 그런 연유다.

 

때문에 정치는 그냥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국가 사회에 대한 절대적 사명의식이 있어야 하고 철학과 비전,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또한 도덕성과 청렴성, 결단력, 통찰력도 필요하다.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을 엄중한 잣대로 추려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실상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당정치나 전문성 보다 사회적 지위, 명망,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이들에게 쉽게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참신성'이라는 겉포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경우도 있다.

 

지난 추석을 전후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안철수 바람도 그런 예다. 젊은 세대들의 우상처럼 뜬 그가 단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는 한마디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민심이 그의 전문성과 도덕성, 참신성에 열광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를 잠재적 대권후보로까지 밀어 올리며 지지세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회운동가 박원순이 그의 대타로 등장했다. 범야권의 대표성을 주장하는 그에 맞서 여권 또한 이석연이라는 대항마를 내세울 궁리가 복잡하다. 결국 10·26 보궐선거는 정치권이 복잡한 정치 방정식을 얼마나 솜씨있게 풀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이나 이석연은 둘 다 법조인 출신으로 그동안 사회적 경륜을 바탕으로 능력을 십분 발휘해 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책이나 이념,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정당의 테두리 안에 몸담아 본 적이 없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다. 안철수 돌풍의 이면에서 이루어 질 그 타협의 결과물이 무엇이 될지는 여·야 모두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측이 가능한 정치가 되려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명분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도자에게는 역량과 행운, 그리고 시대적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수불가결 하다. 그러나 역량이 있고 행운을 만난다해도 시대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재능이 부족하면 좋은 지도자는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안철수·박원순·이석연 모두 새겨볼 만한 경구(警句)가 아닐까?

 

/ 김승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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