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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진 막걸리 가격

막걸리 집의 경쟁력은 막걸리의 질이나 집의 위치가 아니라 안주에 있다. 막걸리 집들이 내놓는 안주는 집집마다 다 다르다. 토속적인 안주로 단골을 붙잡는 집이 있는가 하면 해물이나 육류를 무기로 내세우는 집들도 있다. 먹잘 것 없이 가지 수만 즐비한 집도 있다.

 

전주가 막걸리로 유명한 것은 안주가 많기 때문이다. 저렴한 돈으로 수십가지의 안주를 맛볼 수 있으니 이런 달콤함이 없다. 막걸리 주전자가 늘어날 때마다 마치 중국집 코스 요리처럼 색다른 안주가 제공된다. 세 주전자만 마시면 한정식집 뺨칠 정도의 성찬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에 '게장 밥'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정성도 감탄스럽다.

 

막걸리는 건강성 음료다. 알코올 함량 6%인 저도주(低度酒)다. 와인(12%)이나 약주(13%), 소주(19%)에 비해 훨씬 낮다. 그런 만큼 몸에 타격을 주는 알코올성 충격이 적다. 막걸리에는 영양소와 유산균도 풍부하다. 아미노산이 많고 생막걸리 100㎎에는 1억∼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요구르트 100㎎에는 약 10억 마리의 유산균이 있다. 대한민국 술 평론가 1호이자 '막걸리학교' 교장인 허시명씨의 분석이다.

 

소주 같은 증류주나 살균 유통되는 청주, 와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영양을 생각하면 살균 막걸리보다는 생막걸리가 당연히 좋다. 맑은 윗부분만 따라서 마시는 것보다는 잘 흔들어서 술지게미를 섞어 마시는 게 좋다. 술지게미에는 효모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집의 분위기도 안주 못지 않다.

 

막걸리 예찬이야 시비가 없지만 요즘 막걸리 가격이 비싸다는 소리가 많다. 최근 전주시가 막걸리전문점 41개소를 조사했더니 한 주전자당 1만5000원을 받는 곳이 21곳, 1만7000원과 1만8000원이 각각 6곳이었고 2만원 이상도 4곳이나 됐다. 1만5000원 미만은 4곳에 불과했다.

 

1만원 하던 '막 프로젝트' 추진 당시보다 크게 올랐다. 이젠 결코 저렴한 술이 아니다.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지만 이젠 가지 수만 즐비하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질 위주로 안주를 구조조정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막걸리는 서민의 음료다. 논두렁에서, 주막에서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한잔씩 하던 술이었다. 사발이나 바가지로 퍼먹던 술이 비싸다는 평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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