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환경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파닥파닥.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물고기들은 녹록치 않은 제작 여건에서 영화를 계속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감독의 몸부림과 같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 경쟁'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오른 이대희 감독(36·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의 <파닥파닥> 은 귀한 발견이다. 파닥파닥>
"살면서 지칠 때 혹은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질 때가 있잖아요. <파닥파닥> 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은 살벌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파닥거림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파닥파닥>
작품은 실제로 존재하는 강원도 갯배마을에 있는 한 횟집이 배경이다. 감독이 횟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기잡이배를 타본 경험 등이 바탕이 됐다. "욱하고 저돌적인" 고등어와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넙치가 주인공. 감독이 대학 졸업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녹아 있다.
작품 제작 기간만 무려 5년이다.
"전적으로 우리 스튜디오 노하우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감독은 지난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영상의 60~700%를 버렸다. 디테일을 살리면서 재미를 더하기 위함이다. 고등어와 나이든 넙치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눈꺼풀과 눈썹을 활용하고, 해부학적 변형을 시도하면서, '얼짱 각도'를 찾아내는 등 별의별 노력을 다해봤다.
이 작품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20~50대 직장인들이 공감하기 쉬운,'성인들을 위한 우화'에 가깝다. 한 때 홍대 인디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뮤직 비디오적 요소를 삽입했다. "노래와 가사가 있는 음악(뮤지컬 음악)과 소리를 구별해서 사용했다"면서 "수족관 안 물고기의 심리 상태가 불편한 장면에서는 수조관 안 모터 혹은 기포기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순간 순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면, 지금 이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다음에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한국은 애니메이터들의 무덤'이라는 말을 꼭 뒤집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그는 "요즘 애니메이션이 각광받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산업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기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관객들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앞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 영화이고, 또 진심으로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게 된 영화입니다. (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든 촬영 영화든 그것이 관객에게는 구분되지 않고 좋은 영화 한 편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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