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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전주 콩나물 - 명품 '서목태 콩나물' 맛 되살려야

해장국 인기순위 단연 1위 콩나물국밥 프랜차이즈화 지점별 조리방식·맛 제각각

▲ 전주콩나물영농조합이 대상 FNF(주)와'종가집 전주 콩나물' 브랜드로 전국에 유통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날에는 뱃속에선 연신 전주콩나물국밥이 '당그래질'을 한다. 왱이집에 가 볼까, 현대옥에 가볼까. 무를 넓적넓적 썰어 넣고, 밤새 달인 뜨끈뜨끈한 다시마 국물의 왱이집 콩나물국밥을 한그릇 뚝딱 하고 나면 개운하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국물 맛에 아삭아삭 여린 콩나물이 씹히는 맛이 일품인 현대옥의 콩나물국밥도 시원하다. 화려하진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더하는 전주 콩나물국밥은 은근한 매력이 있는 전주 사람들과 닮았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전주콩나물국밥은 이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전주콩나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 전주콩나물국밥 맛의 비결? 교동의 물맛

 

'구성없이 막대기처럼 자라 뻗치지 않고, 잔뿌리 터럭 하나 달지 않으면서, 작달막하고 통통하며 고소한 전주콩나물. 여기다가 매콤하고 빨갛게 갖은 양념 고춧가루·간장에 파·마늘·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끓이든지, 그냥 소금에다 파만 살짝 송송 썰어 넣어서 말갛게 끓이든지 간에, 한 숟가락 후루룩, 목을 넘어가면 막혔던 오장이 다 시원하게 풀리며 머리 속이 명쾌해지는 이 콩나물국은, 외지인한테는 별미였지만 전주 사람들에게는 필수 음식이었다.' ('혼불' 8권 중에서)

 

작고한 소설가 최명희(1947~1998)는 소설 '혼불'을 통해 전주시 교동(옛 자만동) 묵샘골의 물맛을 언급한다. 예사롭지 않은 물맛은 전주 팔미 중 애련한 맛의 녹두묵과 영특한 콩나물을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콩나물 자체의 맛이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엔 주당(酒黨)들의 꼬인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 대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콩나물국밥은 예로부터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은 속풀이를 하기 위해 먹는 해장국 중 하나일 뿐 콩나물국밥이 곧 해장국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명품 서목태 콩나물은 사라졌어도 명성은 남다

 

전주콩나물의 명성은 교동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전주 교동은 물이 맑고 풍부하기로 소문난 전주천을 끼고 있다. 이 동네는 경기전이 있고 향교가 있는, 옛 전주의 중심지다. 전주성의 남쪽 문인 풍남문이 있고 그 바로 곁이 남부시장이다. 콩나물을 기를 수 있는 물이 풍부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곁에 있으니 콩나물 공장도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부시장에 유독 콩나물 장사가 많고, 수십 년 된 콩나물국밥집이 인근에 여럿 있는 것도 그 흔적이다.

 

전주 콩나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임실의 서목태로 키운 콩나물이었다. 서목태는 일반 검정콩보다 잘고, 쥐눈처럼 작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정콩으로 쥐눈이콩으로도 불리웠다. 집집마다 기침이나 열병, 홍역과 갖가지 중독시에 해독약으로 쓰기 위해 쥐눈이콩을 조금씩 재배했다. 특히 서목태는 알이 골고루 고와야 하며 새카만 빛깔이 나는 것일수록 좋다.

 

하지만 이런 국산콩은 재배 가격도 비싸거니와 손실률이 높다. 특히 쥐눈이콩은 아무리 씻어도 껍질이 한두 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로 하여금 청결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쥐눈이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소비자들의 이를 반길 리가 없다. 서목태 콩나물은 현재 거의 사라지고 일부에서만 소량 생산되고 있다.

 

△ 조리 방식이 뭐가 중요해…이젠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

 

전주콩나물로 가장 많이 즐겨 조리하는 콩나물국밥의 주재료를 살펴보면 밥, 김치, 콩나물이다. 그래서 종종 전주콩나물국밥을 콩나물 김치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는 일반 김치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콩나물국밥의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다지고 또 짜게 담는다. 왜 일까. 원래 콩나물국밥의 간은 김치로 맞춰야 해서다. 김치가 짜기 때문에 약간만 넣어도 간이 맞아야 한다. 결국 콩나물국밥에 사용되는 김치는 최소한 1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조리 측면에서 콩나물국밥은 끓이는 방식과 마는 방식으로 나뉜다. 재료가 다르진 않으나 콩나물국밥의 재료인 밥, 삶은 콩나물, 김치를 단지 국물에 말아서 먹느냐 혹은 다시 한소끔 끓여 먹느냐 하는 차이이다. 이로 인해 누가 원조인가 하는 부분으로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전주 사람들은 각각의 입맛에 맞는 콩나물국밥을 먹는다.

 

콩나물국밥을 영양학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비타민 A, 비타민 B1, 비타민 B2, 나이아신, 식이섬유소 등은 풍부히 함유되어 있으나 그 외에 다른 영양성분 특히 열량과 단백질의 함량은 한끼에 필요로 하는 요구량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위해서라면 전주콩나물국밥은 그 자체만으로는 한끼의 식사로 부적합할 수도 있다.

 

더구나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진 전주콩나물 덕분에 전주콩나물국밥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6000원)에 비해 맛이 별로라는 불만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던 콩나물국밥이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체인점을 많이 내주는 바람에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된 데다 맛도 지점별로 달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낮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도 다르고, 전주콩나물영농조합법인의 소비를 촉진시켜 콩나물 농가라도 살리는 대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콩나물국밥이 열량이 부족하고 식이섬유소의 함량이 높다는 측면이 부각 돼 간단한 식사 혹은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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