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의 재발견 ⑧ 포항 물회·부산 의령국밥 - 식재료 가공공장 직접 운영 '상생 구조'
지역 식자재 유통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역 식재료가 있다 해도 고객들의 식탁에 쉽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를 외식업체에 제공해주는 체계화된 유통 시스템이 없어서다. 대략 22~30조대로 추정되는 식자재 유통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지역 상인 중에서도 거상과 아닌 영세상인의 식재료 선점 전쟁은 부익부 빈익빈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전국 최초로 서울에 포항 물회 직영점을 냈다가 실패한 포항시는 결국 프랜차이즈로 선회했다. 복잡한 구조로 인한 유통비가 껑충 뛰는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영세상인이 아닌 서울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항 물회나 부산 의령국밥은 지역 식재료를 공수한 뒤 가공공장을 운영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통과정을 단순화시켜 외부 유통업체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 상인들을 살리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 포항시, 물회 대주는 직영점 도전 실패…지리적 표시제 등록·프랜차이즈 타진 발판
경북 포항에서 가장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물회다. 이곳에서는 어딜가나 횟집에 반드시 물회가 있다. 일제시대 어업기지로 성장해 수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은 까닭에 물회는 어부들의 가정식으로 더 나아가 포항 시민들의 일상식으로 넓혀졌다.
물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비린내가 심하고 살이 무른 생선을 제외한 가자미, 광어, 우럭, 도미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생선과 각종 해산물을 섞어서 만드는 물회도 유행하고 있다.
보통 물회는 '전통식'과 '퓨전식'으로 나뉜다. '전통식'은 생선과 채소를 고추장에 비빈 뒤 물을 타는 방식이다. 포항 토박이들이 즐기는 물회는 고추장의 투박한 맛에 중심을 둔다. 반면 '퓨전'은 고추장과 물 대신에 맵고 달고 개운한 맛을 내는 육수를 더하는 물회를 뜻한다. 젊은이들과 외지인들은 퓨전식을 더 좋아한다.
포항시는 2008년 지자체 최초로 서울에 포항 물회를 공급하는 직영점을 개설했다. 포항 물회를 브랜드화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시는 '싱싱회 가공공장'을 건립해 포항에서 생산되는 물회를 서울 횟집에 납품했다. 하지만 활어회를 먹어온 서울 소비자들에게 물회는 바닷가에서 먹는 별식에 가깝게 여겨져 인지도가 낮았다. 2년도 안 돼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횟집에서는 경기·강원도 등에서 공수해온 회로 포항 물회를 만들어 팔았다가 본연의 맛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서둘러 철수했다.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면서 포항 물회가 갖는 브랜드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뒤이어 시는 프랜차이즈로 선회했다. 시는 2009년 공개 입찰로 선정된 햇살바다(주)(대표 진우용)를 통해 포항 물회 프랜차이즈 본점을 냈다. 대개 프랜차이즈가 제조·도매업체·개인형 식자재 유통업체·중간 상인·식당 등 5단계를 거쳐 유통되는 복잡한 과정 대신 물회를 들여와 가공공장에서 가공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유통비 거품을 뺄 수 있었던 것. 햇살바다(주)는 서울에 본점을 내고 포항에서 주재료 일체를 공급해 가맹점 7호점까지 낸 상황이지만, 아직까진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진우용 대표는 "지난해 포항시가 물회로 등록한 지리적 표시제(특산물의 지역 표시권을 배타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2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부산 의령국밥, 유통구조 간소화·지역 특성 따라 메뉴 선별 등 프랜차이즈 성공
부산은 돼지국밥의 아성 때문에 다른 국밥류는 맥을 못 춘다. 본래 돼지뼈 육수에 밥을 넣어 해 먹는 돼지국밥이 대대로 내려오는 향토음식이기 때문에 소고기국밥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전국 최초로 소고기국밥 전문 프랜차이즈 '의령국밥'을 운영하고 있는 (주)하나로FC(대표 이병칠)는 '소고기 국밥은 프랜차이즈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는 등식에 반기를 들고 성공으로 이끈 업체다.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들여와 직접 운영하는 육가공 업체에서 가공해 공급해 불필요한 유통비를 줄였다. 또한, 소뼈의 어느 부위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국물 맛이 다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경 썼다. 본사의 제조공장에서 우려낸 육수와 소스, 식자재를 가맹점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의령국밥은 2009년 부산 프랜차이즈 경진대회에서 향토 음식을 현대화·시스템화한 노력을 인정 받아 우수 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2005년에 시작된 의령국밥 브랜드는 부산에서만 17곳 가맹점 개설을 비롯해 백화점 입점까지 이뤄냈다.
특히 하나로FC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할 때 상권 규모와 지역 특성에 따르는 메뉴를 다르게 구성하고, 1년에 1~2개 메뉴를 개발해 조리학과 교수와 특급효텔 요리사 등으로 구성된 외식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하는 등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이병칠 대표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와 제휴해 서울과 경기 일대 가맹점을 만들고, 부산 내 가맹점은 30곳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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