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휘 전라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장
전라북도에는 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등 4개의 큰 강이 있다. 금강과 섬진강은 4대강 중의 하나로서 수량이 많으나, 만경·동진강은 그렇지 않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만경·동진강의 경우 지금의 물줄기와 다른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만경강의 본류와 지류가 합쳐지는 비비정 인근만 보더라도 주야로 조운선(漕運船)이 드나들 정도로 수량이 풍부한 곳이었다고 하나, 이제는 수량도 많이 줄고 형태도 변화돼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호남평야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최대의 곡창지역이다. 한일합방 전후 식량증산정책과 맞물려 중·하류지역의 천수답이나 황무지 등이 대규모 농업용지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인공적으로 물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천 직강공사로 인해 구절양장(九折羊腸) 굽이치던 물결이 직선으로 바뀌면서 강의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 옛날 그물처럼 흐르던 지류들은 점점 가늘어지고 단절되어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도 생겨났다. 관개수로를 만들고,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둬두기도 하면서 물의 흐름이 왜곡돼 왔다.
이제 거꾸로 만경·동진강의 물이 우리에게 다시 흐르도록 해야 한다. 강물은 모든 생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모든 곳에서 흘러야 한다. 생태계 공존이 21세기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물 배분 우선순위에는 질서가 형성돼 있어서 우선순위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많은 노력과 협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몇 가지 협력방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안에서 유역의 물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농업용수를 아껴 하천의 물 수요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물은 적게 쓰면서 생산량은 늘릴 수 있는 물 절약 경작 기법(Water Saving Rice Cultivation)을 찾아야 하며, 경작자는 물을 아껴 써야 한다.
셋째, 계절별 물 수요량을 예측하고, 시기에 따라 유역의 물관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국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물 사용량과 하천유지용수량을 시기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물 관리에 참여할 때 물은 막힘없이 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강살리기 추진단이 주체가 되어 하천변 갈대를 주민과 함께 수질개선과 소득자원으로 관리해보자는 하천유역 갈대 자원화 시범사업은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맹자는 '유수지위물야(流水之爲物也),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물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느냐를 자랑으로 여기지 않고, 웅덩이가 있으면 일단 멈춰 그 웅덩이를 성실히 채운 다음 흐른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만경강과 동진강에 충분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유역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더욱 풍성하고 번영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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