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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 13. 국악의 성지 남원 운봉

동편제 본고장…교통 요충·경관 뛰어나 풍류음악 발달

▲ 동편제 소리의 발상지이며 국악의 본고장인 남원시 운봉읍. 판소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형문화유산 등록에 따른 국악의 보존·전승·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이곳에 국악의 성지가 설립됐다. ·사진 제공=남원문화원

힘차고 거셌다. 계곡을 휘감은 굉음이 빠져나갈 자리는 하늘 밖에 없었다. 권삼득 명창이 소리를 가다듬었던 곳으로 알려진 구룡폭포 이야기다. 완주 출생인 권 명창은 집안에서 쫓겨나 콩 서 말을 짊어지고 처가가 있는 이곳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리 공부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동편제의 거장이라 불리는 숱한 명창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지천에 울리는 물소리를 뚫고 득음을 한 명창들이 많아서일까. 동편제 창법의 특성은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듯 정중웅건(鄭重雄健)한 우조(羽調)의 특성을 갖고 있어 힘차고 거세다. 또 발성이 무거운 데다 소리의 꼬리를 짧고 분명히 끊어주며 리듬 또한 단조롭고 담백하다.

▲ 지리산 구룡계곡

동편제의 고향 남원시 운봉읍 일대는 국악의 성지다. 이곳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인 데다가 넓은 들이 펼쳐져 있어 풍요롭고 살기 좋았다. 특히 운봉 읍내와 장교리는 2000년에 가까운 오랜 마을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자연경관이 좋은데다 풍요로우며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삶이 윤택했다. 자연히 판소리와 같은 풍류음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에 더해 운봉지역 주변 지리산 내에는 정령치 인근의 선유폭포, 구룡폭포, 옥계동 등과 같이 소리 공부하기 좋은 곳이 많아 명창들이 배출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 송흥록 생가

운봉 비전마을에서는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이자 가왕이라 불린 송흥록과 인간 문화재였던 박초월 명창이 태어났다. 송흥록의 소리는 아우이자 자신의 고수였던 송광록-송우룡-송만갑으로 이어졌다. 이들로부터 동편제라는 창법이 나왔고 운봉읍은 동편제의 원고장이 됐다.

 

이후 김정문, 이화중선, 장재백, 박초월, 배설향, 강도근, 안숙선, 강정숙, 전인삼, 이난초 등 명창과 대금 명인 강백천, 가야금병창 명인 강순영·오갑순·강정렬 등 수많은 국악인들이 배출됐다.

 

이들은 지리산 북부자락의 운봉 및 남원을 국악의 고장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운봉에는 국악의 성지가 조성돼 전시체험관, 국악, 한마당, 납골묘, 사당, 독공장, 야생화 단지 등이 만들어졌다. 지난 2008년에는 옥보고의 묘역 등이 설치돼 운봉 출신 국악인들을 기리며 국악의 계승 발전을 위해 후진들을 양성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악의 성지가 들어선 곳은 사실 그 역사가 더 깊다. 신라 경덕왕 시대 거문고의 대가 옥보고(玉寶高)가 이곳에 자리 잡고 50년 동안 가야금 기법(금법·琴法)을 닦은 뒤 상원곡, 중원곡, 하원곡 등 새로운 거문고 가락 30곡을 지어 널리 전파했다. 통일신라 육두품 출신인 옥보고는 금도(琴道)를 속명득(續命得)에게 전해줌으로써 신라에 거문고의 전통을 뿌리내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김정엽기자 colorgogum@

 

△동편제란?

 

판소리는 창법에 따라 유파를 달리한다. 판소리의 유파는 크게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구분된다.

 

가왕이라 불린 송흥록의 법제를 기준 삼아 운봉·구례·순창·흥덕 등 주로 섬진강 동쪽 지역에서 흥행했던 창법을 동편제라 한다. 박유전의 법제를 표준으로 광주·보성 등 섬진강 서쪽을 서편제, 경기도, 충청도를 중심으로 불렸던 염계달·모흥갑의 법제가 중고제다.

 

남원에서는 춘향가, 흥보가 등 우리나라의 귀중한 고전소설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배경으로 판소리 동편제가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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