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의 해라고 하는 것은 갑오년의 ‘오’가 말을 뜻하며, ‘갑’은 오행으로 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청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상징하므로 청마의 해는 더욱 힘차고 생동감 있는 해이다.
더욱 힘차고 생동감 있는 해 맞아
열두 띠 중에서 말(馬)은 일곱 번째로 시간은 낮 11시에서 1시를 가리킨다. 낮 12시를 정오(正午)라고 하는 것은 곧 오시의 가운데라는 뜻이다. 밤12시를 자정(子正)이라 한 것도 자시인 밤 11시에서 1시의 가운데라는 데서 온 말이다.
말은 교통수단으로 우리 일상과 같이해 왔다. 암행어사의 마패도 실은 역참에서 몇 마리의 말을 바꿔 탈 수 있는지를 표기한 패이다. 마패에 그려진 말의 수에 따라 오마패, 삼마패라고 하는데 암행어사는 주로 이마패와 삼마패를 받았다.
교통수단은 자동차로 바뀌었지만, 자동차 이름에는 지금도 말 이름이 쓰이고 있다.
포니 자동차는 ‘귀여운 작은 말’,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 에쿠스는 라틴어로 ‘천마(天馬)’, 영어로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명품 자동차’라는 의미이다.
말은 탄탄한 체형과 질주 본능으로 박력과 생동감, 힘과 도약, 강인함을 상징한다. 말이 우리 문화속에서 신의 전령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런 힘찬 기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백마가 품고 있던 알에서 나왔다는 신화는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말은 또 영혼을 인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천마도가 뿔 달린 기린이라는 설도 있다. 고대 무덤에서 나오는 말형 토우는 영혼을 인도하고 저승에서 영구히 복락을 누리라는 의미이다.
올해 들어 모방송국에서 정도전을 방영하고 있다. 그는 태조와 함께 조선 건국의 주역이다. 조선을 정도전의 나라라고 할 정도이다. 그가 말띠이다. 공민왕, 박제가, 정약용, 추사 김정희, 이상설 등도 말띠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튼, 작년에 서거한 만델라도 띠로 보면 말띠이다. 말의 힘찬 기운처럼 걸출한 인물들이다.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나라 문헌이나 민속자료에는 없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말을 타는 꿈은 성공의 표시이다. 조선시대 성종비 정현왕후, 인조비 인열왕후, 효종비 인선왕후, 현종비 명성왕후 등이 모두 말띠다.
동학혁명기념일 제정 시급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이 올해로 120주년, 2주갑을 맞는다. 사람이 하늘이고 그런 세상을 만들려 한 동학은 전북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결집된 지역정신이다. 그럼에도 동학은 지역정신으로 자리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이 몇 년째 표류하고 있다.
올 한해 동학의 정신으로 뜻을 같이해 기념일 제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청마의 힘찬 기상으로 새롭게 도약하여 전북이 신(新) 갑오개혁의 시대를 열어갔으면 한다.
△이동희 관장은 전북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박물관미술관협의회장, 어진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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