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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 공천

공천(公薦)이란 말은 원래 인사권이 있는 관아에서 적정 인물을 임금에게 추천하는 것을 뜻했다. 문관은 이조에서, 무관은 병조에서 각각 세명의 공직 후보자를 임금에게 천거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를 공천이라 불렀다. 임금은 후보자 세명 중 적당한 후보자의 이름 위에 점을 찍어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것이 낙점(落點)이다. 경우에 따라 한명만 천거한 경우도 있고, 세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엔 임금이 직접 후보자의 이름을 써서 임명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를 첨서낙점(添書落點)이라 했다. 향천(鄕薦)이란 것도 있다. 지역에서 유능한 인재를 뽑아 중앙에 천거하는 제도다. 요즘 정치로 치면 지역경선을 통한 인물을 중앙당이 공천하는 식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돈 공천 얘기가 다시 도졌다. 새정치추진위의 김효석 공동위원장이 “새누리당에는 7억원을 쓰면 공천을 주고, 6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7당(當)6락(落)’이라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방자치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좌우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7당6락’이라는 말은 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회자된 얘기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한술 더 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私薦)이었다. 당 권력자가 배후 조종하는 공천을 받으려고 비굴하게 굴고 돈까지 바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정인이 인물 천거권을 쥐락펴락하는 ‘사천’, 특정 계파가 공천권을 독점하는 ‘파천(派薦)’, 돈을 갖다 바쳐야 하는 ‘돈천’이 지난 총선에서도 횡행했다. 2년전 총선 때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휴식이 필요하다.”며 공천심사를 보이콧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력 정치인과 계파 수장의 압력 때문이다. 임금의 첨서낙점을 떠올리게 한다. 급기야 여야 대선주자와 정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공천권을 놓지 않으려는 새누리당이 문제다. 공천권을 꿀단지이자 지역정치인을 장악할 리모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공천비리자 영구 퇴출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벌이 약해서 공천비리가 발생했다는 뜻인가. 법 제정의 문제라면 공약 파기 행위를 단죄할 법부터 만드는 게 우선일 것이다. ‘공약 파기법’이나 ‘국민 사기법’ 같은 경우 말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공동 대응한다 했으니 함께 성안하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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