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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 영화제 체험기

▲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지난 번에 이어 ‘로테르담 영화제’ 이야기를 또 다시 꺼낸다. 이번에는 올해의 로테르담 체험기다. 영화제의 폐막을 이틀 앞두고 시상식에 행사에 참여했다. 이곳의 시상식은 배지만 있으면 쉽게 참석이 가능하다. 여러 부문의 시상이 이어졌지만 대표적인 경쟁 부문인 ‘타이거상’시상이 관심을 모았다. 15편의 후보작이 소개됐다. 그 중에는 한국영화 〈한공주〉가 있었다. 이 작품은 이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름의 느낌과는 달리 그는 남성 감독이다.

 

훌륭한 영화인·좋은 관객과의 만남

 

로테르담에서 그를 만난 것은 돌른(Dolen) 센터의 아침 식사 자리였다. 영화제는 공식 게스트에 한해서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반가움을 표하는 그에게 습관처럼 인사를 받아 넘겼다. 그가 누구인지를 인식하는데는 대화가 필요했다. 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단편영화 〈적의 사과〉를 코닥필름의 단편지원작으로 결정하는 자리에서였다. 코닥의 필름이 사라진 시대이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던 이 지원 제도가 역시 사라져 버렸다.

 

단편 〈적의 사과〉는 당시 회자된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그 후 이수진 감독 한 메이저 회사에서 장편영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장편 데뷔작은 회사를 나와서야 가능했다. 〈한공주〉는 부산영화제에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마라케시 영화제는 상금이 많기로 소문난 영화제였는데, 이번에 갑작스레 제도가 바뀌어 상금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좋은 경험을 간직하게 됐다. 심사위원장였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를 따로 불러내어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영화제의 만남이란 그런 것이다. 좋은 관객들, 훌륭한 영화인과의 만남은 무형의 자산을 제공한다. 물론, 상금도 중요하다. 〈한공주〉는 장건재, 양익준, 박정범 등에 이어 로테르담 영화제의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올해 상금은 1만 5000 유로다.

 

종종 해외 평론가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말처럼 한국은 매년 새로운 감독들이 쏟아지는 ‘놀라운’ 영화 생산국가 중의 하나다. 하지만 과정을 알게 되면 놀랍다고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의 새로운 데뷔작은 거의 개인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렵게 만들어진 독립영화는 영화제에 잠시 소개가 된 후 사라져 버린다.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영화제용 영화’라고 싸잡아서 말하고는 하지만, 영화제가 없다면 그나마 공개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를 잡기도 어렵다. 각종 지원이라는 것도, 영상위원회나 제도를 유지하는 명목상의 구조로 전락한지 오래다.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천만 관객을 기사화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다 보니 ‘천명’ 관객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영화에 대해서는 지면이 없다. 현실이 그러할진대 새로운 한국영화가 도래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연과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영화 미래 보여줄 실속 잔치 필요

 

지난해 전주에서 소개된 한국의 장편 영화 중에 현재까지 개봉되거나 예정인 작품은 대략 다음과 같다. 〈환상 속의 그대〉, 〈마이 플레이스〉, 〈레바논 감정〉, 〈디셈버〉. 그리고, 영화제는 물론이고 극장에서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천안함 프로젝트〉 정도다. 올해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폐막식을 대신해 시상식을 영화제 후반에 진행한다. 그것은 영화제에 소개되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모으는 형식일 것이다. 올해 바라본 로테르담 영화제는 소문난 잔치가 아니라 미래를 보여줄 실속 있는 잔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렷하게 환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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