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국문과 재학 때 희곡교수 권유로 데뷔 / 전국연극제 특별상도
연극이 시작되기 전 캄캄한 무대에는 배우보다 기대감의 설렘이 먼저 오른다. 어떤 이야기와 사람이 나올지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극작가 최정 씨(34)는 “배우가 땀을 흘리며 표현하는 에너지는 감동으로 다가온다”며 “이는 아는 사람만 느끼는 희열이다”고 연극을 예찬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연극 ‘숨길 수 없는 노래’로 전북연극제 특별상(희곡부문)과 전국연극제 특별상(희곡부문)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듬해 뮤지컬 ‘이화우 흩날릴 제’로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희곡상을, 2005년 연극 ‘이등병의 편지’로 같은 상을 받은 그는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극작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무용가 최승희를 소재로 쓴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공연됐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눠야 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는 그는 “게을러 매년 1편 정도의 작품을 선보여 부끄럽지만 생각한 것을 녹여내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전통이나 설화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쓴 ‘숨길 수 없는 노래’는 바리데기 이야기를, ‘이화우 흩날릴 제’는 조선시대 문인 이매창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묻히기 아까운 옛이야기에서 착안해 동시대성을 결합한다”며 “좋아하는 작품은 인물, 특히 여성이 두드러지며 가족의 이야기는 잊히거나 소외된 사람을 다룬다”고 자신의 창작관을 밝혔다.
그는 이어 “에둘러서 전개하다보니 너무 문학적이고 어렵다는 이야기도 듣는다”며 “사실주의 연극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다 일상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업계’에 입문했다. 당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살아있는 매력’에 빠졌다. 극작으로의 데뷔는 시험을 보고 싶지 않은 순수한(?) 학생의 마음이 계기가 됐다. 전북대 국문과에 재학했던 그는 희곡 창작 수업을 듣던 중 담당이었던 곽병창 교수로부터 희곡을 창작해 제출하면 시험을 면제해 주겠다는 말에 덜컥 발을 들였다.
그는 “원래 희곡을 쓰겠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중간·기말고사를 다 안 보고 희곡을 제출했다”며 “처음 썼는데 선생님이 재미있게 읽어보셨다고 연극에 관심이 있으면 시립극단에서 실전을 공부하라고 권유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후 전주시립극단에서 국문과 학생이라는 이유로 대본 정리를 맡았고 공동 창작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후 민간 극단에 입단해 연출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역시 전공에 따라 대본쓰기를 권유받아 시작했고 첫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그는 “극작을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 습작이 없는 점이 콤플렉스다”며 “3년 전 너무 기본이 없다는 고민과 회의가 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울러 “희곡은 모두 설명하지 않고 빈 곳이 많다”며 “나머지는 배우랑 연출이 채우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이 메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9년 같이 희곡 읽기를 하던 연출·배우와 함께 극단 ‘T.O.D(티오디, Truth Of Dram)랑’을 창단해 매년 창작극을 올리고 있다. 실험적인 작품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는 낯선 ‘소리연극’을 시도해 낭독형식으로 선보였는데 반응은 안 좋았다”며 “왜 배우가 앉아서 소리만 내냐는 비판을 받고 2~3번 하고 말았는데 2~3년 지나 붐이 일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극은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공연 중 대화나 박수 소리만 들어도 판단이 된다는 것.
그는 극단 티오디랑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신생 극단이라 욕을 먹더라도 하고 싶은 연극을 하자는 다짐을 한다”며 “머릿속에서 구현한 장면을 글로 옮겼는데 실제 연습할 때와 달랐을 때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배우와 연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쯤 다음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무게를 조금 가벼이 한 우리 시대의 바리데기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극장 안에서만 한 시간 반 정도 소비되는 작품이 아닌 극장 밖에서도 기억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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