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던 숙소 이름·방 호수 그림 제목으로 / 혼자 있는 공간 통해 실존·외로움 상징 표현 / 군산서 '여인숙 프로젝트' 참여 변화 모색 중
▲ 김상덕 作 ‘no.501_T’ |
화장실에 홀로 있는 몸뚱이는 물성으로 존재한다. 욕조는 물이 지니는 생명성으로 어머니의 품을, 한편으로는 누워있는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관의 의미로도 풀이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얼굴이 없는 몸은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통 받는 인간은 고기다”는 말처럼 단백질로 이뤄진 덩어리다.
욕실 그림으로 활동한 부안 출신의 김상덕 작가(30)에게 화장실은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육체가 지니는 특성을 강조했고, 베이컨의 작품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
그가 욕실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착안한데는 생활인의 애환이 자리했다. 그림의 제목으로 삼은 숫자와 이니셜은 그가 일를 하며 머물던 숙소의 이름과 방 호수였다.
그는 지난 200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친구와 둘이 무작정 상경했다. 그림 작업과 숙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아르바이트와 병행했다.
그는 “타인과 공유하는 공간이 아닌 오직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라는 점과 이전의 생각이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담았다”며 “당시 벽화나 영화의 촬영세트를 만드는 일을 할 때 전국 각지에서 이용한 숙박업소의 이름을 기억하기 쉽게 적어 놓은 것을 제목으로 삼았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데 초기에는 욕조에 넥타이를 빠뜨려 현실보다는 이상을 택하겠다는 개인적인 각오를 나타냈다”면서 “개인적인 이야기에 함몰되고,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여줄까라며 타인의 시선을 많이 염두했었다”고 말했다.
욕실 그림이 그의 존재감을 알렸지만 그는 앞으로는 다른 소재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욕실 배경과 인체만 바뀌는 화면이 반복되는 것 같아 당분간은 다른 대상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화가의 길로 들어선 시작점에는 친형이 있었다.
“형이 그림을 잘 그리니까 저도 흥미가 생겼고, 초등학생 5학년 때 도내 사생대회에서 1등을 하고 크레파스를 받은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남인 형은 꿈을 접은 대신 막내인 저는 두 누나의 지지에 힘입어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후 원광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뒤 2차례의 개인전과 20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부안 휘목미술관의 레지던시에 참여한데 이어 지난 4월부터 ‘군산창작문화공간 여인숙’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거주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진짜 나만의 그림을 하겠다는 각오로 여인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자신을 찾는 과정에 이어, 주변을 객관화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다 확장하는 작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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