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5 12:14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백성일 칼럼
일반기사

6월 항쟁 실패 교훈 잊지 말자

게이트 정국 우왕좌왕한 野, 민주주의·국격 회복 위해 똘똘 뭉쳐 정권 창출해야

▲ 상무이사·주필

87년 6월 항쟁은 민주화를 이룰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야권 분열로 그토록 열망했던 민주정권을 탄생시키지 못한 채 또 다시 노태우 군부독재로 이어졌다. 죽 쑤어 개 준 꼴이 됐다. 그때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오늘과 같은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엄청난 희생을 치러 군부독재자들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아 놓고도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못해 독재자 노태우가 어부지리(漁父之利)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민주정부 수립이 지연됐다.

 

그 당시 상황을 지금 상황과 잘 견주어 나가야 한다. 물론 그 당시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민도가 성숙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까지 끌어 냈지만 아직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야권이 보인 우왕좌왕한 모습은 한심했다. 대권욕에만 눈먼 주자들은 유불리만 따지면서 머리 굴리기에 바빠 전체 판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국민과 함께 박 대통령을 기필코 퇴진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약했다. 그 당시 야권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했으면 탄핵도 빨랐을 것이다. 국회가 234표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했지만 그 이면에는 전국적으로 6차례나 촛불집회를 벌인 국민들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처음에 방향도 못잡고 방황했던 야권을 제길로 인도한 것도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이었다.

 

촛불집회 참가자가 인산인해를 이룬 게 결국은 야권을 강하게 결집시켰다. 친박까지도 탄핵에 동참토록 그 원동력을 제공했다. 자칫 어설프게 탄핵에 임했다가는 국회가 거꾸로 탄핵 당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이다.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줬다. 성난 민심은 모든 것을 갈아 엎을 태세였다. 촛불집회 때마다 자신감 없이 헤매고 우왕좌왕했던 정치권을 바른 길로 인도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탄핵 일등공신은 국민이다.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직접적으로 민주정치를 해버렸다. 탄핵 가결 이후 야권이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한 데 대해 국민들은 비판적이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새누리가 무너졌고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형성돼 야권한테 정권교체를 가져올 수 있는 유리한 국면은 만들어졌다.

 

문제는 야권의 수권능력이다. 추미애 대표의 헛발질과 연거푸 계속된 실수로 당 지지도가 기대 만큼 안 올랐다. 새누리가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로 죽 쑤고 있는데도 문재인 전 대표나 당 지지도가 뜨질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 처럼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숨에 3위에 랭크된 것이 관심사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 때마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 가슴속을 후벼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다소 표현이 거칠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 주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까지 자아내게 한 덕도 톡톡히 봤다. 그의 학력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고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를 한 것도 닮은 꼴이다. 그는 촛불 현장에서 대권욕보다는 어떻게 하면 박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있는가에만 골몰했다. 그게 먹혀들었다.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한 결과가 반영됐다. 검증을 철저하게 거쳐야겠지만 그가 일단 상승기류를 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 양 앞서간 것이 패착이었다. 지난 대선 때 48%를 얻은 그로서는 지지도 1위를 달려 우쭐댄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 한테는 교만으로 비쳤다. 특히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난 총선 때 호남에서 한 발언이 결국 실언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발언 때문에 그가 어떤 말을 해도 호남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가 호남을 찾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영 싸늘하다. 광주나 전·남북 사람들은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한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권 때 호남 출신들이 고위직에서 많이 잘린 것도 그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빨리 내려지면 벚꽃선거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수사가 이제 시작 단계여서 헌재 결정도 늦춰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여름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87 대선 때처럼 야권이 정권 잡을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분열로 엉뚱한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실추된 국격을 높이려면 야권의 결집 밖에 없다. 깨끗한 이미지의 상징인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 대선 때 경험을 살려 목소리를 키우지만 그의 호남에서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총선 때는 큰 바람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민들이 촛불집회로 만들어 가는 야권의 집권 가능성을 놓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