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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와 방송개혁

정치적 독립 보장위해 지상파 방송 보도시간 정부·여·야 균등하게

▲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요즘 뉴스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고들 한다. 뉴스가 드라마, 예능보다 더 재미있고 뉴스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지난 해 10월 24일 밤 JTBC 8시 뉴스가 터뜨린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는 방송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 대형 사건이었다. 평소 시청률이 2-3% 수준이었던 JTBC의 8시 ‘뉴스룸’은 그 날 이후 1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동시간대 경쟁 뉴스들인 MBC와 SBS의 지상파뉴스를 압도하고 있다. 종편뉴스로는 상상할 수 없는 꿈의 시청률이다.

 

지난 2일 밤 덴마크에서 정유라 체포 장면을 특종 보도한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은 11.35%로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SBS ‘8뉴스’는 5.4%, MBC ‘뉴스데스크’는 5.0%의 시청률에 불과했다. 같은 날 KBS 9시 뉴스는 17.7%의 시청률을 보였으나 광주지역에서는 JTBC 24.2%, KBS 13.6%의 시청률로 호남지역에서 JTBC의 절대 강세가 다시 확인되었다.

 

JTBC의 그린 라이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2월 방송사 뉴스 선호도 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무려 절반에 가까운 45%가 JTBC를 가장 선호한다고 하였다. 놀라운 변화다. 선두주자였던 KBS는 18%로 1위와 현격한 격차를 보인 2위로 추락했고, 이어서 YTN(10%), MBC(5%), SBS·TV조선·MBN(이상 3%), 채널A·연합뉴스(이상 2%) 순이었다. 한마디로 JTBC가 국민방송이 된 것이다.

 

다급해진 SBS는 지난 연말에 조직개편 및 보도책임자들을 교체했다. SBS의 신임 사장은 대국민 사과하였고, 8시 뉴스 앵커 역시 “소홀했고 부족했고 외면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SBS 8시뉴스의 시작점은 반성입니다”라고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정작 편파 왜곡방송의 주범인 공영방송 KBS와 MBC는 어떠한 사과나 반성, 그리고 보도책임자 교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보도내용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단적으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시 날개를 달았는데도 같은 탐사프로그램들인 KBS의 ‘추적 60분’, MBC의 ‘PD수첩’은 여전히 잠잠하다.

 

이 모든 것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때문이다. KBS이사회는 여당 추천이사 7명, 야당 추천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MBC주식의 70%를 갖고 있는 공익재단 방송문화진흥회(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 소유)의 이사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의 지배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KBS와 MBC 사장 선임은 전적으로 청와대가 결정하기 때문에 공영방송 사장과 간부들은 시청자보다는 오로지 청와대 눈치만을 볼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시는 공영방송이 청와대 방송이 되지 않도록 이사진 구성비율의 개선,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송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필자가 계속 주장해온 이른바 프랑스 방송의 보도 ‘3등분 원칙’을 도입해야한다고 본다. 1982년부터 프랑스의 모든 방송사는 3등분 원칙에 따라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야당 등 3집단에게 똑같은 방송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련 소식이 너무 많고, 여당에 비해 야당의 목소리는 거의 방송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프랑스처럼 모든 지상파 방송은 전체 보도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방송시간을 정부, 여당, 야당 등 3자에게 균등 할애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제대로 된 방송개혁이 이뤄져 독립적인 방송이 탄생하게 된다면 다시는 박근혜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을 것이고, 당선된 대통령이 딴 마음을 먹을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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