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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몸과 영혼' 리뷰

모든 꿈은 소망 충족의 꿈

▲ 이승수 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덮인 남자 ‘엔드레예’, 날씬한 금발 미녀 ‘라츠마리어’. 둘의 공통점은 포커페이스다. 이들이 도축장에서 일로 만난다. 남자는 시설 이사로 권력자다. 많이 누렸지만 지금은 자숙하려는 기미를 보인다. 여자는 박사이고 도축장 품질관리원이다. 누구의 말이든 순서대로 외우는 출중한 기억력이 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고기도 B등급을 매겨 원성을 산다. 일상에서 둘은 일절 자기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다.

 

선혈이 낭자한 작업장. 작업을 마친 고기가 라인을 타고 지나가면 곧바로 물이 뿌려진다. 영화는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준다. 어느 날 멀리 창가에서 새로 온 여인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남자의 눈이 포착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각각 꿈을 꾼다. 기이하게도 꿈의 무대가 같은 장소다. 남자는 수사슴이 되고 여자는 암사슴이 되어 숲속을 뛰논다. 울창한 침엽수림에 눈발이 날릴 때나, 안개 자욱한 새벽에도 놀이는 계속된다. 숲에는 앙증맞은 연못이 하나 있다. 수사슴은 암사슴에게 두껍고 물 많은 나뭇잎을 따서 먹인다. 둘이 물을 먹을 때 코가 서로 닿는다. 둘은 정서조절 검사에서 꿈의 공유 사실을 알게 된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차츰 밀착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꾸고 싶어 한다. 급기야 이들은 꿈속의 사슴을 현실로 데려온다. 둘이 같이 자니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관통하는 장치가 꿈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의하면 ‘꿈은 무의식적 토양에서 올라오는 한 무리의 꽃다발과 같다. 이 꽃 저 꽃 현란해 보이지만 단 한 가지 목적에 기여한다. 꽃다발의 주인을 기쁘게 하는 일, 즉 소망 충족에 있다. 모든 꿈은 소망 충족의 꿈이다.’라고 했다.

 

시사회에서 만난 ‘일이코 엔예디’ 감독은 ‘칼 융’이 말한 무의식을 강조했다. 살피건대 ‘꿈은 개인 무의식을 넘어 집단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집단 무의식이란 개인의 마음이 아니라 한 집단 전체의 마음이다.’ 무의식이라 말하지만, 이는 내면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마음이다.

 

급박하고 타산적인 현대인에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미건조하다는 것이다. 초현실적 감정을 끌어내어 촉촉하게 적시다 보면 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영혼의 공간, 영혼이 연결되는 스펙트럼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바람 솔솔 부는 숲속에서 한 쌍의 사슴이 정겹게 뛰노는 장면을 보면서 잃어버린 추상성을 섬세하게 끌어내 보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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