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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새 정부 전북인사 상당수 포진 / 위축된 도세 발전 전략 구상해 전라도 정도 천년 웅비 계기로

▲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기타가 오늘날과 같은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스페인 출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타레가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부터 약 130년 전, 타레가는 바흐, 베토벤, 쇼팽 등이 작곡한 것을 기타로 편곡했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적 주법과 새로운 음향을 잘 담아냈다.

 

결정체는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작품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타레가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다보면 트레몰로 주법을 통해 묻어나오는 애잔한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알함브라 궁전은 과연 무엇이던가.

 

건축가들은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동양의 타지마할과 서양의 알함브라 궁전을 꼽기도 한다.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지역에 머물던 아랍군주의 저택이자 왕궁으로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알함브라 궁전하면 곧바로 생각나는게 있다. 작게는 스페인, 크게는 세계사를 바꿨던 1492년이다.

 

조선의 건국이 1392년, 임진왜란이 1592년인데 딱 그 중간이 바로 1492년이다.

 

1492년 스페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첫째 마지막 이슬람 왕족인 그라나다왕국이 정복되면서 스페인이 이슬람 치하에서 벗어났고, 둘째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연합으로 통합 스페인 역사가 시작됐으며, 셋째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해다. 한 국가에서의 작은 날갯짓 같아도 일련의 역사적 사건은 세계질서의 재편이라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이 해를 전환점으로 해서 스페인은 유럽의 중심국가, 아니 세계사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부흥과 영광이 동트는 바로 그 순간, 스페인의 몰락은 이미 한쪽에서 움트고 있었다.

 

그라나다 정복 3개월만에 유대인들의 추방을 명하는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한 것이다.

 

가톨릭의 순수성, 이민족의 배제를 골자로 한 이 칙령은 승리의 축배를 들면서 발표했으나, 결국 유대인이 대거 몰려간 네덜란드의 번성과 스페인의 몰락으로 귀결된다.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스페인의 결정적 시기인 1492년을 회고하는 이유가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는 2018년을 앞두고 지금이 도민들에게 가장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딴 전라도가 명명된지 천년이 지나는 동안 전북을 포함한 전라도는 번영과 환희 보다는 쇠퇴와 침울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라고 하지만, 전라도는 그동안 중추적인 집권세력이 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면서 전라도는 도전을 통한 쟁취보다는 비관과 체념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라도 정도 천년을 계기로 확 달라져야만 한다. 도민들이 어떤 의식과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그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남은 반년동안 더 치밀하게 준비해서 전라도 정도 천년이 웅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새정부 장차관 인선 등 주요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과거 정부에 비해 내각과 국회, 여당의 핵심 요직에 전북인들이 상당수 포진하면서 지역발전의 호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에 주요 인사 몇명이 진출한다고 해서 지역민의 삶이 나아지거나 위축된 도세가 확 달라질 수는 없다.

 

한때 도내 인사들이 국회의장, 장차관, 여당 수뇌부를 차지한 시기가 있었으나 큰 틀에서 보면 그 또한 별개 없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전라도 정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도민의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1492년 스페인의 역사가 천지개벽의 전환점이 됐듯 지금 내린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향후 일백년, 일천년 역사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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