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6년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이 1764시간이니 무려 305시간이나 더 많다.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2255시간을 일하는 멕시코. 한국이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오래 일하는 나라가 됐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치자면 38일을 더 일했다는 결과다.
그렇다면 잠은 얼마나 잘까. OECD 자료로는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 OECD 평균 수면시간 8시간 22분을 기준으로 치자면 40분이나 적게 잤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둔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하위징아는 자신의 명저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 에서 고대제례의식부터 현대의 정치행위까지 모든 인류의 행위 양식이 모두 ‘놀이’에서 근거한 것임을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논증해낸다. 특히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삶의 통과의례였던 고대인들의 제의를 주목한 그는 인간의 몸과 영혼을 동원해 사물을 표현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발생한 이 제의의 음악과 춤과 놀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고 규정한다. 호모>
그렇다면 오래 일하고 잠은 덜 자게 된 한국인들의 놀이문화는 어떨까. 적지 않은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한국인을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로 분류해왔다.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훨씬 다양하고 독특한 놀이문화를 발전시켜온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놀이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삶을 지켜온 한국인들에게 일은 곧 놀이이고, 놀이는 곧 일이었다.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하는 것’이란 하위징아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인들이 이루어온 찬란한 문화적 성과는 독특한 삶의 양식이 이어낸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에 이르러 노동시간에 몰려 지쳐있는 한국인들에게 놀이는 더 이상 일상이 아니다.
정부가 일요일과 추석연휴 사이에 끼어있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추석에 이어 주말을 지나면 공휴일인 한글날. 덕분에 9월 30일부터 이어지는 휴일이 장장 10일이나 된다. 지금껏 유례없는 일이어서 이 낯설기 만한 황금연휴가 가져올 변화가 궁금해진다. 벌써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분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될 상황이 전해지지만 모처럼의 긴 휴식시간이 한국인들의 ‘놀이 정신’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