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 내야 하는 이 기나긴 작업이 결실을 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이번에 이산 안준영 선생과 문하생들이 해 낸 완판본 심청전 복각 원본은 1906년 전주 서계서포(西溪書鋪)에서 간행된 완서계신판(完西溪新板)이다. 박순호 교수의 소장본을 모본으로 하여 작업이 진행됐다. 이 심청전은 상·하 2권이다. 2007~2009년에 상권 30장이 복각됐고, 하권 41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에서 복각 작업이 진행됐다.
이산 안준영 선생과 그 문하생들의 이번 작업은 몇가지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주도하며 한글 대중화를 이끈 전주 완판본을 현대에 펼쳐 보임으로써 출판문화의 중심지 전주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판각강좌의 소중한 결실이라는 점,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복각했다는 점, 전주 한지에 인쇄해 오침안정법으로 묶은 서책이라는 점 등이다. 또 이번 작업을 통해 문화 원형의 전승 중요성과 완판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전주는 기록문화라는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도시다. 사실 심청가나 열녀수절춘향가 등 100년 전의 완판본 목판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전라감영에서 작업했던 완영본목판은 전주향교에 5059판이나 보관돼 왔다. 지금은 전북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지만, 전라감영에서 인쇄한 목판 완영책판이 이 정도 보관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경북의 안동국학진흥원이 국내에서는 10만장에 달하는 책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감영판본은 전무하다. 소설류인 완판본이 6.25전쟁 등을 겪으며 소실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주 선비들이 감영판본을 5059판이나 거의 원형대로 보관해 온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고장으로서 전주의 출판문화 자긍심이 남달랐음이다.
아쉬운 것은 전주가 전통판각 기능의 원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2007년 전주에 와 완판본문화관을 맡아 운영하며 판각기능을 전수하고 있는 안준영 선생의 작업이 남다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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