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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의 귀환

바다를 메우고 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간척이라고 한다. 간척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연안습지, 곧 갯벌이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고(썰물) 나는(밀물) 조석현상에 의해 해안에 생성되어 발달하는 갯벌은 그렇다고 모든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들고 나는 바닷물의 차가 크고 파도가 약한 곳이어야 잘 발달한다.

 

해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공존한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바다로 흘러들어온 온갖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뛰어난 정화 작용을 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산소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나 된다니 갯벌을 ‘지구의 허파’로 주목하는 근거가 충분하다.

 

그러나 갯벌은 오랫동안 제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갯벌을 없애고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기 위해 나섰으며 남아도는 땅을 가진 나라들조차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갯벌을 없앤 것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갯벌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져 온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국토의 2.5%밖에 되지 않는 갯벌만이 살아남아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갯벌을 없애고 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돌리는 사업, 이른바 ‘역간척’이다.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되는 갯벌의 가치에 눈을 돌린 덕분이겠다.

 

세계적인 간척의 도시들도 역간척을 활발하게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내놓고 있다. 역간척으로 10년 만에 갯벌 생태계를 살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독일의 작은 섬 ‘랑어욱’도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역간척에 나서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방조제를 트고 해수를 유통시켜 되살려내는 ‘갯벌의 귀환’은 의미 있다.

 

고창 갯벌을 비롯, 서천 유부도 갯벌, 신안 다도해 갯벌, 보성과 순천만 갯벌을 아우르는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으로 확정됐다. 서남해안 갯벌은 오래전부터 유럽의 북해연안, 아마존 강 유역,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힐만큼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고창과 신안을 비롯,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거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서남해안 갯벌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로와 염전과 전통마을의 경관이 빼어나고 570여종의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역간척의 시대, 유네스코 등재가 살아있는 갯벌의 역사를 지키는 확실한 통로라면 무엇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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