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발생한 강도 5.4의 지진으로 어제 치를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됐다. 수능 12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수능 연기가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재지변이 낳은 초유의 수능 연기에 따라 향후 대입 일정 차질 등 여러 문제들이 따를 수밖에 없어 혼란을 최소화 하는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은 불가피했으며,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수능이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수험생의 안전보다 더 우선일 수는 없다. 포항지역의 시험장 곳곳에서 천장과 벽 균열이 나타난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수험생들이 불안에 떨며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여타 지역의 학부모들도 수능 연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
문제는 수능 연기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 문제에다 수능 연기로 면접과 논술 등 향후 입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능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온 많은 수험생들이 향후 1주일을 어떻게 관리하고 버틸지 걱정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대학별 고사 일정에 맞춰 서울 등 타시도에 예약했던 교통편과 숙박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 등의 일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능 후 가족여행을 예정했던 가정에서는 어렵게 계획한 여행 자체를 취소하거나 위약금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수능 연기 사태를 통해 학교 시설물들이 얼마나 내진에 취약한지 드러냈다. 비단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내진 설계가 된 학교가 평균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북의 경우도 내진보강이 필요한 도내 초·중·고교 건물이 82.4%에 이르며, 이에 필요한 예산이 27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내진 보강예산은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학교뿐 아니라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공공시설물 내진 투자율은 1.1%로 전국 최하위며, 일반 민간건물의 96%가 무방비 상태다.
수능 연기에 따른 수험생 및 학부모 피해의 최소화와 함께 전반적인 내진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그간 큰 지진이 없었던 전북의 경우 내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을 때 경주·포항보다 작은 강도의 지진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세워져야겠지만, 교육당국과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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