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는 인류 최초로 국가가 등장한 땅이다. 유프라테스강이 오랜 세월 범람하며 만들어놓은 비옥한 땅 메소포타미아에 모여든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도시를 만들어 국가를 탄생시키는 동안 신들의 이야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4000년~3500년 무렵 이루어진 일이었다. ‘기록’은 인류 발전을 이끌어 오늘의 인류문명을 존재하게 했다.
인류 최초의 기록은 점토판에 새겨졌다. 기록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발명한 쐐기문자로 이야기를 점토 위에 새기고 말리거나 구워 보존했다. 비로소 문자를 사용하는 역사시대가 점토 위에서 열렸던 것이다.
기록을 위한 도구의 발명은 흥미롭다.
점토 이후 발명된 기록의 도구가 파피루스다. 이집트인들에 의해 발명된 파피루스 덕분에 인류는 놀라운 기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기록은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했다.
파피루스가 발명되어 사용되던 무렵, 중국에서는 거북껍질, 동물의 뼈, 돌 등에 상형문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다. 이후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죽간(竹簡), 나무조각이 재료가 되는 목독(木牘), 비단이나 양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 등이 동서양 기록의 도구가 되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꼽히는 종이는 105년에 만들어졌다. 중국 후한의 채륜에 의해서다. 그가 발명한 종이 제조법은 다시 서양으로 건너가 기록을 대중화 시키는 동력이 됐다.
며칠 전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했던 관리인의 일기가 공개됐다. KBS의 ‘TV 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오래된 노트 두 권이 그 주인공인데,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는 오채현씨가 15년 전 경주에서 우연히 발견해 보관해온 고문서다.
1943년부터 2년 동안 작성된 이 일기의 주인은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거주했던 사람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당시 일본군 위안소의 운영 실태와 일본군 위안부의 생활상을 국한문 혼용체로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연구자들은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위안소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결정적 자료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일제가 위안소 운영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기록을 만들지 않았고 남아있던 기록도 패전 직전 모두 불태워버려 그동안 신문기사 등 2차 자료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구술과 증언에만 의존해 일본군 위안부 실태를 연구해야 했던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귀한 사료일터다.
개인이 남긴 이 기록물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일본군 위안부 실태의 진실과 그 역사의 민낯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다시 깨닫게 되는 기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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