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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78) 4장 풍운의 3국(三國)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당(唐)의 인구는 수(隨)의 전성기 때 인구의 삼분의 일 밖에 안 되네.”

 

말을 몰고 수렵장으로 들어서면서 연개소문이 소리치듯 말했다. 목소리도 큰데다 거침없는 성품이어서 들판에서도 멀리까지 퍼진다. 연개소문이 계백을 보았다.

 

“백제의 주민은 7백만이 넘어. 그렇지 않은가?”

 

“예, 전하.”

 

“고구려도 7백만이야.”

 

계백이 알기로는 고구려는 650만이다. 백제는 7백보다 많은 720만이고 신라는 5백만쯤 되었다.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들판을 울렸다.

 

“고구려와 백제만 합해도 1400만이야. 지금 당은 1500만 정도다. 더구나 이민족이 섞인 집단이야.”

 

“그렇습니다.”

 

“고구려, 백제는 같은 왕조에서 분리된 형제국이다. 그렇지 않은가?”

 

“예, 전하”

 

6백여년 전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고주몽은 졸본부여왕의 둘째딸 소서노와 결혼하여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낳았다. 그 온조가 백제의 시조인 것이다. 연개소문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황야에 잠깐 말굽소리만 울렸다. 지금 2백여기의 기마대가 황야를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연개소문의 시조(始祖)이야기는 부질없다. 6백여년 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고구려와 백제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서로 왕까지 죽이고 배신을 한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다시 머리를 돌린 연개소문이 계백을 보았다. 눈이 깊은 우물같다.

 

“백제 대왕이 사신으로 그대를 보낸 이유를 짐작하겠다.”

 

연개소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대가 대륙 서쪽의 백제령 담로에서 당군(唐軍)과 수없이 전투를 치렀지 않은가?”

 

“네, 그렇습니다.”

 

“전략을 상의하라는 것이겠지.”

 

“네, 대왕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군(唐軍)의 전력은 어떤가?”

 

“강합니다.”

 

연개소문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정색했다.

 

“이세민은 군을 재정비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한데다 세금을 감면하고 부패한 관리를 숙청해서 인망이 높습니다.”

 

“……”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제 형제들과 그 자식들까지 몰사시킨 패륜을 선정으로 보상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서운 놈이지.”

 

“저와 함께 온 부사(副使) 나솔 화청이 한인으로 이연의 막장이었다가 백제에 투항한 인물입니다. 화청이 대막리지 전하께서 옛날 이연을 방문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뒤에 따라 오는가?”

 

“부를까요?”

 

“부르라.”

 

계백이 소리쳐 부르자 화청이 금방 다가와 마상에서 허리를 꺾어 군례를 했다.

 

“늙었구나.”

 

화청을 본 연개소문이 대뜸 말하더니 묻는다.

 

“태원에서 나를 보았느냐?”

 

“그때 저는 검문소에 배치되어서 말씀만 들었습니다. 전하.”

 

“그래도 인연이 기가 막히구나. 그후로 이연이 반란을 일으켰지?”

 

“예, 전하. 고구려 서부대인의 자제분이 밀사로 오셔서 고구려군이 뒤를 밀어준다는 소문을 냈기 때문에 군사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때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이세민이 그런 소문을 냈겠지.”

 

“예, 전하.”

 

“내가 예상을 했다. 그래서 내가 태원유수 이연을 찾아간 것이니까.”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그때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내가 반란을 종용한 셈이지. 이세민이 말려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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