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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도자료 그만 좀 베껴라

예비후보 홍보 보도자료
무조건 기사화해선 안돼
뉴스가치·옥석 구별해야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거철인 요즘 지역신문들을 펼쳐봐라. 도지사, 교육감은 물론이고, 시군단체장, 도의원, 시군의원 등 수십 명 예비후보들의 동정소식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지역신문들에 실리는 후보들의 동정기사 내용이 하나같이 똑같다. 후보들이 보내주는 보도자료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실어주기 때문이다. 지명도, 조직, 선거자금, 소속정당과 바람, 선거 전략, 선거공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후보자 개인의 ‘운발’까지 따라준다면 게임은 거의 끝난 셈이다.

여기에 딱 한 가지가 부족하다. 바로 언론의 보도이다. ‘운발’을 포함한 모든 조건을 갖추어도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나 정책들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거나 소개가 되어도 부정적으로 보도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언론은 맘만 먹으면 특정 후보자를 쓸 만한 인물로 키울 수도, 반대로 무능하고 부적격한 인물로 격하시킬 수 있다. 언론은 후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후보자에게 언론은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분명 언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소식이나 정보를 공신력 있게, 그것도 공짜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아무리 후보자가 전단지를 뿌리고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해도 크게 신뢰받지 못한다.

반면에 겉으로 중립적으로 보이는 언론보도는 상당한 신뢰감을 심어준다. 그래서 모든 후보자들이 언론에 단 한 줄의 기사라도, 코딱지만 한 사진이라도 실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보도 자료이다. 모든 후보자들은 보도 자료를 만들어 매일같이 언론사에 뿌려대고 크게 보도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사실 중앙언론도 보도 자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자료 의존도는 75.6%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신문들인 <뉴욕타임스> 와 <워싱턴포스트> 의 보도자료 의존도 역시 78.1%로 높다. 그러나 우리 중앙언론과 세계 권위 있는 언론은 보도 자료를 참고하여 최소한 기사를 재작성하거나 추가 취재를 한다. 반면에 인력이 부족한 우리 지역신문들은 보도 자료에 적시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추가취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오직 보도자료 내용을 복사하기에 바쁘다. 보도 자료는 대체로 과장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매일같이 대단한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또한 보도 자료에 예고된 후보자의 일정이 때로 바뀌다 보니 취소된 행사에 후보자가 참석해서 이러이러한 내용의 축사를 했다는 기사가 실리는 웃기는 일도 벌어진다.

후보자나 정치인을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보도 자료다. 보도 자료는 공약이나 성명서, 향후 행사나 동정, 속보를 전달하며,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지지선언을 부각시키고, 상대방 공격에 대응하며, 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배경 사실들을 제공하기 위한 다분히 일방적인 홍보수단이다. 언론사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보도 자료가 쏟아진다. 언론은 보도 자료를 무조건 기사화해서는 안 되고 뉴스 가치를 고려하여 옥석을 구별해줘야 한다.

그래서 과장되거나 근거가 부족하고 애매한 내용은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우리 지역신문들이 뉴스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형평성만을 고려하여 경쟁후보들의 보도 자료를 똑같은 크기로 실어주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후보자들의 확성기, 앵무새, 필경사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관행은 사라져야한다. 지역 언론이 후보들에 대한 사실검증은 못할망정 홍보대행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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