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청년, 구심점·소통창구 없어
이들의 연대 위한 컨퍼런스 마련
각 지역 청년단체 활동사례 발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어
갈수록 청년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청년 문제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갈수록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여러 방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활성화 하려고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10.5%를 육박하며 극에 치달았다.
정서적인 고립도 문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의식 때문에 청년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만남으로 느낄 수 있는 인정은 사라지고 점점 효율적인 것들만 추구하다보니 혼밥·혼술 등 혼자 살아가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들도 이제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청년들이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자본, 관계 등 많은 존재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존재들이 청년 세대에는 부족하고 이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방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뚜렷한 데 취업준비생 중 약 70%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지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헬조선 사회, 순창 청년들은 어떤가
그렇다면 필자가 사는 지역, 순창의 청년들은 어떨까.
필자가 느끼는 순창 청년들의 문제는 서로 모일 수 있는 소통의 장이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 3만의 작은 소읍 순창은 타 도시에 비해 절대적인 청년 수가 부족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적지 않은 20대·30대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순창에서 카페 겸 문화공간을 2년 여째 운영하고 있는데, ‘순창에 이런 젊은 친구들이 다 어디에 있었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20대·30대들이 공간을 찾는다.
이들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정작 같은 지역에 사는 청년들끼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카페를 찾는 청년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순창에는 우리 또래가 없어요.”
20대·30대 청년들이 우선 다 같이 만나고 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다고 느꼈던 지점이다. 또한 순창의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보다는 농사나 가게 운영 등에 한정되는 것이 아쉽다. 순창에 사는 청년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변에서도 농사 외에는 새롭게 하고 있는 사람이 없고, 자신 역시 새로운 일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순창에서도 농사 또는 읍내에서 식당 등 가게를 운영하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 또 다양한 청년 문화가 있다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다양한 사례로 청년에게 영감을
아직 청년 네트워크가 다져지지 않고 문화가 단조로운 순창에서는 다양한 담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비슷한 지역에서 소신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영감을 받거나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획된 것이 ‘청년 허브 컨퍼런스’다. 문화기획사 우깨가 3년 전부터 전주에서 하고 있는 행사인데, 순창에도 이러한 ‘청년과 청년을 잇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맷을 빌려왔다. 행사는 5일 오후 7시 순창군 장난감도서관 2층에서 열린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고, 딱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냥 만나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간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전주, 광주, 남원, 순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청년단체 10팀이 각자의 활동 사례 발표를 한다.
광주에서 동네줌인을 운영중인 김태진, 전주 타악기 연주자 두드림공동체 김은수, 완주 삼례예술촌의 더 구루오브 오디언스 김병수,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의 서진희, 완주 너멍굴영화제의 윤지은, 전주 한옥버스킹의 문화통신사 김지훈, 순창 젊은농부팀인 더불어농부의 신성원 등이다. 시골에 내려와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를 만든 청년, 문화기획으로 청년들의 역할을 찾아주고 싶은 청년, 농사로 본인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 대기업을 때려 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청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 연대가 모여 지역 분위기 바뀌길
이날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 지역의 벼룩시장인 ‘촌시장’의 젊은 상인들, 순창 청년회의소 JCI 등과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민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례 발표가 끝나면 자유롭게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하며 서로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모든 컨퍼런스의 음식은 순창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 더욱 의미 있다.
이러한 컨퍼런스가 뚜렷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어쩌면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이 함께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들의 인간관계, 정서적 고립 등은 어쩌면 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해 놓은 분위기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스스로를 오픈하고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년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화 지역인 순창은 50~60대까지도 청년으로 인식된다. 대도시에서는 청년 주거 복지, 취업 지원 등 20대·30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많지만 시골에서는 역소외 받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 내가 자란 고향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선 더 많은 연대와 의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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