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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10) 11장 영주계백 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김부성이 항구 근처의 민가에 숨어있다가 집 주인의 신고로 붙잡혔습니다.”

백제방에서 달려온 전령이 보고했을 때는 다음날 오후다. 도망친지 거의 한달만에 붙잡힌 셈이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신라소가 폐쇄되고 김부성과 연합했던 3곳의 영지가 통합되어 계백령이 되었다. 앞에 엎드린 전령이 말을 이었다.

“여왕께서 김부성의 처리를 방주께 맡기셨기 때문에 지금 김부성이 백제방으로 압송되는 중입니다.”

“잘 되었어.”

계백이 전령인 고덕 직급의 무장(武將)에게 말했다.

“이곳이 안돈 되는대로 왕자 전하를 뵈러 갈 것이네.”

“나리.”

전령이 청 바닥에 두손을 짚고 계백을 불렀다. 주위를 물리쳐 달라는 전령의 부탁에 청에는 계백과 전령 둘 뿐이다.

“왕자 전하께서 영지의 군사력을 길러 왕실과 백제방을 보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명심하겠다고 전하게”

“그리고 본국 소식을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신라는 비담 일당이 대부분 제거되고 김춘추 김유신 세력이 장악했다고 합니다.”

계백이 머리만 끄덕였고 전령의 말이 이어졌다.

“새 여왕은 김춘추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며 백제와 고구려를 속이고 내부의 불만세력을 무마하기 위해서 당분간 왕좌에 앉혔다는 것입니다.”

“김춘추는 곧 왕이 될 것이야.”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혼잣말을 했다.

“이제 백제와 신라의 합병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반도에서 고구려와 함께 대륙으로 진출하려던 꿈이 절반은 깨진 것이야.”

“왕좌 전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리.”

40대의 전령도 길게 숨을 뱉었다.

“김춘추는 결사적으로 당에 매달릴 테니까요.”

이미 김춘추는 당왕 이세민에게 아들 법민을 시종으로 붙여놓고 신라 관원의 관복을 모두 당(唐)의 관복으로 바꿨다.

의식이나 절차도 당을 따랐는데 당에 복속했다는 표시다. 그러니 외침을 받으면 당(唐)이 당한 것이나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전령이 돌아간 후에 계백은 영지안의 중신들을 불렀다. 내일까지 계백성으로 모이도록 전령을 보내고 내궁에 들어섰을 때는 술시(8시)무렵이다. 침소로 다가간 계백이 문앞에 서있는 두 여자를 보았다. 앞에 선 여자는 아야메다. 같이 밤을 새운 때문인지 시선을 받은 아야메가 웃는듯 마는듯한 표정으로 계백을 보더니 조금 뒤쪽에 선 여자를 눈으로 가리켰다.

“하루에님을 데리고 왔습니다.”

“네가 마사코 할멈 대신이냐?”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침전으로 들어서면서 하루에가 가리킨 여자를 슬쩍 보았다. 하루에보다 두치(6cm)쯤 컸고 그만큼 몸도 풍성하다. 그리고 가는 허리, 둥근 어깨, 볼록한 젓가슴이 분홍빛 비단 겉옷 밑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선을 내린 속눈섭이 비오는날 반쯤 내려진 창문같다. 곧은 콧날, 조금 얇지만 굳게 다물린 입술, 두뺨은 복숭아 색으로 물들어 있다. 스치고 지나면서 일어난 공기의 흐름에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아야메하고는 다른 체취다. 이제는 두 여자가 시녀들 대신으로 계백의 관복을 받아들고 집안에서 입을 옷을 걸쳐준다. 계백이 시중을 받으면서 웃었다.

“이래서 영주들이 주색에 빠지게 되는구나. 요사한 마사코 할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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