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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30) 12장 무신(武神) 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장군, 백제군은 방책도 쌓지 않았습니다. 기마군 진지 안쪽으로 보군 초소만 있을 뿐입니다.”

장군 박길천이 말했을 때 김유신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보았다.”

“기마군으로 기습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네 용기가 장하다.”

먼저 칭찬을 해준 김유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을 보았다. 방금 선봉장 박길천이 직접 첨병대를 이끌고 적진을 염탐하고 돌아온 것이다. 박길천은 33세, 그동안 수십번 전쟁을 치른 용장이다. 주위에 둘러선 장수들이 김유신의 시선을 따라 앞쪽을 본다. 오시(12시) 무렵, 한낮의 햇살이 밝은 초가을이다. 이곳 신라 서쪽의 변방인 안산벌에서 신라군과 백제군이 대치한지 30일째, 백제군은 동방 방령인 달솔 의직이 이끈 3만5천, 그중 기마군이 1만2천이며 보군은 2만3천, 아주 적당한 비율이다. 이를 맞는 신라군은 대장군 김유신이 이끄는 3만2천, 기마군 8천에 보군 2만4천이다. 그때 김유신이 말했다.

“달솔 의직은 명장이야. 성격이 급한 것 같지만 전장(戰場)에서는 교활하고 치밀하다. 내가 겪어보았다.”

모두 숨을 죽였다. 진막 밖에 모여선 10여명의 장수들을 가을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곳은 야산의 중턱이어서 멀리 백제군의 보군 초소까지 다 보인다. 김유신이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저 숲이 비어있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백제군과의 중간에 위치한 숲을 가리켰다. 평지에 잔나무만 무성한 숲이다. 신라군이건 백제군이건 상대를 향해 나아가려면 숲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평지의 숲이어서 백제군은 초소도 세우지 않았다. 기마군은 거침없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숲이 방책이다.”

김유신의 목소리가 주위로 펼쳐졌다.

“우리가 돌파하면 백제군은 기다렸다가 불화살을 쏠 것이다.”

그 순간 서너명이 탄성을 뱉었고 박길천은 숨을 들이켰다. 숲의 넓이는 1리(500m)쯤 된다. 김유신이 말을 이었다.

“이곳 저곳에 마른 풀, 나무가 늘어났구나. 백제군이 화공을 하려고 몰래 쌓아놓은 것이다.”

“…….”

“우리 기마군이 숲 안에 다 들어갔을 때 불화살을 쏘겠지. 그럼 절반은 타죽고 빠져나온 절반은 포위된다. 그 뒤를 보군이 따른다면 후퇴하는 기마군에 밟혀 몰사하겠지.”

김유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라의 김유신은 오래전부터 신라인에게 무신(武神)으로 불리었다. 용병술이 뛰어난데다 한번도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제의 뛰어난 무장들과 부딪쳐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김유신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명심해라. 후세에는 승자 이름만 남는다. 우리가 이기면 너희들 이름은 수백년, 수천년 뒤에도 이어질 것이지만 저기.”

김유신이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백제군 달솔 의직이란 이름은 우리가 백제를 멸망시킨다면 이름 하나만 남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무 걸상에 앉은 김유신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저기 백제땅, 백제 백성은 모두 신라의 장원이 되고 농노가 되겠지. 너의들은 백제땅을 나눠받은 지주 신분으로 백제인들을 농노로 소유하는 것이다. 역사는 신라의 위대함만 기록한다.”

장수들의 얼굴에 생기가 떠올랐다. 이것이 김유신의 용인술이기도 하다. 장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그래서 장수들도 김유신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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