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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삭발

여러해 전 인터넷상에서 눈길을 모았던 사진이 있다. 삭발한 할아버지와 역시 머리털이 없는 아기. 아기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할아버지는 미국 41대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이고 아기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두 살배기 패트릭, 부시대통령의 경호원 아들이다. 이 사진은 ‘패트릭의 친구들(Patric‘s Pal)’이란 사이트를 통해 알려졌는데 사이트에는 이 사진 말고도 부시대통령과 함께 20여명 삭발한 사람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또 있었다. 더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부시대통령과 이들 20여명이 함께 삭발한 이유가 알려지면서다.

부시 대통령이 삭발한 것은 2013년, 그의 나이 89세때다. 파킨슨병을 앓았던 그는 이미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퇴임 이후 봉사활동에 헌신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그는 자선단체를 통해 도서관과 장학단체 지원 등 폭넓은 봉사활동을 펼쳤는데, 특히 백혈병 어린이 환자돕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딸 로빈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그의 삭발은 자신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실 직원들의 집단 삭발에 뜻을 함께 한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직원들은 동료의 아들인 패트릭이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게 되자 아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함께 삭발을 하고 모금에 나섰다. ‘패트릭의 친구들’이 패트릭을 돕기 위한 모금 홈페이지였다. 직원들의 ‘동행 삭발’을 알게 된 부시 역시 삭발로 뜻을 더했다. 전직 대통령의 훈훈한 인간애에 미국 국민들은 뜨거운 존경과 박수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그의 생애 94년. 세계사에 미친 궤적과 정치인으로 살아온 길에는 공과가 모두 존재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면모로 퇴임 이후 미국 국민들로부터 더 큰 존경을 받았던 부시대통령의 삶의 면면을 보면서 우리의 대통령들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5일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 추모와 애도의 고별사가 넘쳐난다.

그 중 하나. ‘부시의 삶은 공공에 봉사하는 것이 고귀하고 즐거운 일이며 놀라운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낸 애도사가 눈길을 모은다. ‘공공에 봉사하고 헌신한’ 부시 대통령의 삶에 대한 경외일터다.

우리에게도 오늘을 함께 살고 있는 전직대통령들이 있다. 존경이나 품격은 그만두고 부끄럽지 않은 ‘전직대통령’과 동시대를 함께 한다는 일. 우리에게는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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