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전북도지사 중 김대중 대통령때 도백을 지냈던 유종근 지사 만큼 힘있는 사람이 없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그는 1995년 영국에 망명중이던 DJ의 후광을 등에 업고 강근호, 최락도, 강현욱 등 기라성같은 거목들을 누르고 첫 민선지사로 활동하게 됐다.
IMF가 터지던 1997년말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유종근의 성가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DJ의 수족같았던 동교동 가신들이 쩔쩔매면서 유종근 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봐야했고, 지방선거때 도내 시장, 군수 공천장은 대부분 유 지사의 낙점없인 안된다는 말이 파다했다. 현직 장관들도 유 지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풍경이 낯선게 아니었다. 서열과 관록이 중시되던 시절, 초임 국장이 부지사로 영전하는가 하면 과장 한두자리 지낸 이가 내무국장, 건설국장을 꿰차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명에서 일약 정계의 중심에 선 그에겐 독선과 편견, 포용력 부족 등 숱한 비판이 따랐으나 크게 보면 공칠과삼(功七過三· 공이 칠이고 과오가 삼이다)의 평가를 할 만하다. 공칠과삼이란 중국의 최고 실력자가 된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격하운동에 휩싸일 때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장황하게 유종근 전 지사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20년전 도백을 지냈으나 오늘날 처한 전북의 현실이 그 당시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유 지사때 이룬 3가지 업적과 미완성에 그친 3가지가 떠오른다. 보는이에 따라 다르지만 3가지 성과는 전북도청 이전, 소리문화의전당 건립,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를 꼽을 수 있다. 전북도청 이전이나 소리문화의전당 개별 사업에 각각 당시 돈으로 1000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혹자는 다른곳에 써야할 예산을 투입했다고 하나 IMF직후 상상도 못할 액수며, 오늘날에 도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 실력자인 대통령의 후광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법. 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되고 김제공항이 중단됐으며, 환경오염 논란으로 새만금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무주 동계올림픽을 맨 먼저 들고 나왔으나 결국 강원도 평창에 빼앗겼고, 김제공항은 일부 지역주민과 지역 국회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새만금사업 또한 일부 비판을 이겨내지 못한채 오랫동안 중단됐다. 김제공항의 경우 만일 당시 지사와 국회의원이 일부 주민들에게 돌팔매를 맞으려는 더 큰 용기가 있었더라면 벌써 가동됐을 것이다. 당시 김제에서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계란세례를 맞는 지사의 모습을 목도한 필자는 직감적으로 “김제공항이 무산되기 쉽겠구나”란 우려를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올초 전북몫 찾기를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쉽지않은 일임이 확인되고 있다. 타 시도의 견제 못지않게 지역민들이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민들이 ‘하자, 말자’는 논리로 양분돼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크게보면 일자리와 교육 2가지다. 경기장이나 대한방직 부지의 사례에서 보듯 전북인들은 자중지란의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투영될 수 있다. KTX 혁신역을 만들어달라고 모두가 호소해도 될까말까한데 지역 정치인들은 ‘된다, 안된다’로 양분돼 있으니 예산을 주기싫은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불감청 고소원’이다.
그런가하면 혁신도시 시즌2, 제3금융도시 운운하는 마당에 외지에서 우수 인재가 와도 부족한데 전북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감 한 사람의 편협한 이념에 의해 자사고의 존폐가 기로에 서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전북이 더 큰 시련을 겪을것이 너무 뻔하다. 이래저래 씁쓸한 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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