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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12) 평사리(상) 평사낙안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

평사리 봄. 2016. 117x175. 순지에 수묵채색
평사리 봄. 2016. 117x175. 순지에 수묵채색

19번 국도를 따라 가보면 구례에서 섬진강을 다시 만난다. 강폭은 더욱 넓어져 강으로서 격조를 갖추고 흐른다. 벚나무 가로수는 강물을 젖줄삼아 봄이면 그야말로 흐드러진 벚꽃터널을 만든다. 벚꽃 길은 하동까지 이어져 찾는 이들의 호감을 받기에 충분하다.

화개에서부터 펼쳐지는 넓은 백사장은 강변의 여유와 평온함을 더해 준다. 나는 가끔은 광양 다암면 부근을 지날 때 백사장을 거닐어보고 강물에 손발을 담가보곤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폐허가 된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화개장에 들러본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강마을이다. 화개장은 구례와 하동사람들이 강줄기를 굽이 돌아 모이고, 남원이나 함양사람들이 지리산을 넘어 모였으니 도계를 넘나드는 곳이다. 화개장은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중 하나일정도로 규모 있는 장이었다. 산과 강, 남해안과 내륙의 온갖 물류들이 모여드니 활기 넘치는 장터이었음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한 장터가 지금은 붙박이로 박제화 된 관광지로 변해버렸으니 전국팔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하류로 가는 길, 손이 닿을 듯 가까워 보이는 넓은 강물을 따라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차들을 흔히 보게 된다. 그래서 이 국도에서는 자동차 속도 측정 카메라를 자주 만나게 된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느리게 바라보며 달리니 강과 더 가까워진 듯하다. 축복 같은 자연을 진하게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길가에 악양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하동군 악양면의 악양이라는 이름은 나당연합군을 이끌고 백제를 치기 위해 온 소정방이 이곳을 보고 중국의 호남성에 있는 고성(古城) 악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정표를 따라 접어들면 넓은 평사리 들녘이 펼쳐진다.

산기슭에 이런 들이 있다니? 하며 농로로 한참 걸으면 들판 한 가운데에 소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서있다. ‘부부송’이라 하는데 ‘서희와 길상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사방으로 지리산 형제봉·칠성봉·구제봉, 백운산이 높은 객석을 이루고 널따란 그라운드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하다. 중국 샤오샹팔경의 하나인 평사낙안(平沙落雁)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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