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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82) 15장 황산벌 ①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으악!”

목이 잘리면서 진범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으나 머리통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달솔, 왜에서 병력을 얼마나 가져왔느냐?”

흥수가 머리 없는 진범의 몸뚱이가 뒤늦게 넘어지는 것을 본 척도 않고 물었다.

“기마군 5천이요.”

계백이 물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흥수를 보았다.

“신라군은 지금쯤 탄현을 넘었지 않겠습니까?”

“연임자가 술수를 써서 넘게 했을 것이다.”

둘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숙소 마당을 나와 대문 앞에 섰다. 대문 밖에는 하도리가 이끄는 기마군이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하도리는 전점의 휘하 무장과 부하들을 처치하고 고마미지 성을 장악해놓은 것이다. 주위를 둘러본 흥수가 긴 숨을 뱉었다.

“나는 달솔 덕분에 살았지만, 병관좌평은 북쪽에서 죽임을 당했을 것 같다.”

“좌평, 대왕께선 판단이 흐려지신 것이오?”

“나도 이곳에 귀양을 당하고서야 알았으니, 대왕은 오죽하셨겠느냐?”

“같이 구례성으로 가십시다.”

계백이 하도리를 불러 흥수의 말을 준비시키면서 핏발이 선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탄현을 동쪽의 신라군이 거쳐야 할 난공불락의 요지다. 만일 신라군이 탄현을 넘었다면 사비도성을 막을 곳은 황산벌뿐이다.

 

그 시간에 김유신이 이끄는 5만 군사는 탄현을 넘어가고 있었다. 탄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외길로 20여리(10km)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예부터 ‘탄현을 지키면 백제는 온전하다’라는 말까지 나왔던 것이다.

“모두 연임자의 공이다.”

말을 타고 탄현의 고개를 내려가면서 김유신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연임자가 1백만 대군의 몫을 했다.”

“지금쯤 성충, 흥수는 죽었을 것입니다.”

옆을 따르는 대장군 품일이 말했다.

“흥수는 남방 소속의 고마미지 성으로 귀양을 보냈고, 성충은 북방의 안산성에 보냈습니다.”

그때 품일의 말을 흠춘이 받았다.

“고마미지, 안산 성주는 모두 연임자의 심복입니다. 성주가 유배된 죄인을 죽이겠지요.”

“계백이 지금쯤 백제 남방에 닿았을까?”

김유신이 묻자 품일과 흠춘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놈이 걸리는군.”

김유신이 흰 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웃었다.

“허나 이미 늦었다. 백제의 국운은 이미 꺼져가는 촛불이다.”

오후 미시(2시) 무렵, 탄현의 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신라군이 이제는 내려가고 있다. 그때 김유신이 말고삐를 당기면서 옆에 선 흠춘에게 말했다.

“이제 탄현을 건넜으니 백제군과 부딪칠 곳은 황산벌뿐이야.”

“그렇습니다.”

흠춘이 정색하고 김유신을 보았다.

“이곳에서 사흘 거리입니다. 총사령.”

“계백이 남방에 상륙하지 않았다면 무인지경이 되지 않았겠느냐?”

“왜국에서 오는 길은 남방의 구례성이니 그곳에서 황산벌까지는 닷새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계백이 구례성에 지금 닿았다고 해도 우리가 사비성을 먼저 칠 수 있겠다.”

“예, 총사령.”

“선봉에 일러라. 오늘은 술시(8시)까지 행군하고 내일 아침에는 묘시(6시)에 출발한다.”

“예, 총사령.”

흠춘이 말을 몰아 달려갔을 때 품일이 김유신에게 물었다.

“도총관은 백강을 무사히 지났다니 이제 사비성을 좌우 협공을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조금 전에 전령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김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든든한 둑도 주먹이 들어갈 틈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는 예가 지금 백제에서 일어나고 있다.”

“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지요.”

품일이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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