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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같은 사람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른 아이가 따로 없다. 예전에는 그 지역마다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존중되었다. 선·후배 개념이 철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이기주의가 만연한 탓에 미풍양속이었던 좋은 규범이 무너져 내린다. 이 같은 현상은 잦은 선거로 생겨났다. 선거 때 많은 표를 모아준 사람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은 아예 생각조차 안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사람들은 표 모으는 것에 목숨을 건다.

모든 선거가 승자독식주의로 흘러 가다 보니까 이기는 게 목표다. 예전과 달리 선거꾼들이 설치는 세상이 됐다. 각종 선거가 많다보니까 선거브로커가 하나의 직업처럼 돼버렸다. 경험없는 후보는 이들의 세치혀끝에 놀아난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게 끝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돈 잃고 사람까지 잃는다. 선거판의 실세는 돈을 쥐고 후보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여왕벌을 만드는 사람이다. 돈 만들고 표를 결집시키기 때문에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각 지역별로 오피니언 그룹이 있지만 그 중 학·경력이 일천한 사람이 큰 소리치며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보면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빈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시끄럽다. 자신이 선거때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뻐기며 참모진을 휘어잡고 설쳐댄다. 양식있는 사람이 보면 한편의 코미디다. 이게 현실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군에서는 이긴쪽에 못끼면 기를 피고 살기가 힘들다. 군수가 모든 정보와 재정을 틀어쥐고 있어 같은 편이 아니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하다 끝난다. 중요한 군정도 자기편끼리만 모여 폐쇄적 구조로 운영된다. 설령 반대자들이 끼어도 무늬만 갖춰줄 뿐이다. 건설업자나 자영업자들이 선거때 귀신처럼 될 사람 쪽에 서서 뒷돈대며 열나게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도시도 똑같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어서 당원으로 가입시켜 공동운명체를 만든다. 그렇게 조직을 만들어 하나의 성을 쌓는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호가호위하는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죽기 살기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들은 주로 꿀단지를 갖고 있는 도지사나 시장 군수쪽에 달싹 붙어 용비어천가를 읊조리고 반대편을 디스하거나 편가르기를 한다. 지역을 통합시키는 게 아니라 적대세력한테는 국물도 없게 만든다.

단체장이 모든 일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지방의원들과 짝짜꿍해 공생관계를 형성, 장학생 역할을 한다. 시장 군수들은 이들이 선거 때 실탄을 조달해주고 표를 모아준 동지적 관계라서 완장을 채워주고 수의계약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다. 흥선 대원군 시절 전주아전들의 횡포 때문에 지역사회가 망가진 것처럼 지금 전주시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김승수시장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예전의 아전마냥 이들이 설친 탓이 크다. 이들이 시장 뒤에 서서 감놔라 배놓아라 하며 호가호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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