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기적의 역전드라마를 펼치며 체육수장에 오른 정강선 회장. 전북체육회장 정강선호가 출범한 지 벌써 50여 일이다. 부회장과 이사진을 새 얼굴로 교체하면서 나름 팀 컬러와 지향점을 보여줬다. 면면을 보더라도 일부 참신한 인물도 있으나 대체로 선거 보은인사 논란에서 비껴갈 수 없을 것 같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대학 선수육성에 부정적이었던 대학은사를 부회장에 앉히고 핵심 요직인 사무처장에 선거참모를 기용하면서다. 뿐만 아니라 기존 명망가들이 발을 빼는 바람에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사무처장이 누구일까 모두 궁금했다. 민선 첫 출발이라 더욱 그러했다. 총괄책임자인 사무처장 중심체제로 체육회 조직이 운영될 거라고 정 회장도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인탁이다. 항간에 레슬링 지도자를 그만둔 뒤 통닭집·민물장어 장사로 크게 성공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체육행정은 또 다른 시험대다. 돈 벌고 운동하는 만큼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작년 초 익산체육회 사무국장 재임시절 회계처리와 임원 구성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일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에 여론의 반응도 싸늘했다. “괜찮은 인물도 많은 데 하필…” 체육계 주변에선 못내 아쉬워했다. 그의 인선에 대한 언론평가도 부정적이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가지려 했으나 기자단 거부로 무산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강선, 본인 조차도 믿기지 않았던 민선체육회장 당선. 그런 힘겨운 과정을 거쳤기에 도민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최연소 후보에다 검증이 안된 터라 노파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그의 거침없는 젊음과 패기를 대의원들은 높이 산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체육계에 변화와 혁신 바람을 기대함은 물론이다. 정 회장은 당선이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도지사와의 첫 미팅 때 온갖 구설수로 체면을 구기고, 얼마 전 이사진 구성때도 메신저를 보냈는데 비위를 건드려 분위기가 서먹했다고 한다. 정치와 체육을 분리한 민선출범 의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서로 화합하면서도 섞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임 송하진 회장과의 관계설정에 걸맞는 글귀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닻 올린 정강선호는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선거 전부터 걱정거리였던 안정적 예산확보와 인사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융·복합시대 독선을 멀리해야만 원만하게 이뤄낼 수 있는 현안이다. 이제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기대했던 만큼 응답하라. 정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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