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 주필
수도권 등 밖에서 보면 아직도 전북은 변방이다. 전주시의 전통문화도시와 맛고을을 빼면 농도 이미지가 진하다. 대단위 산업단지가 확충된 것도 아니고 관광권이 제대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지 않고 있다. 외부인들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어 왕래도 그저 그렇다. 새만금사업이 성공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고요한 아침 바다 마냥 동트기 직전 같다.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부천 등 수도권은 웬만하면 100만이 넘는다. IT산업 유통 물류 등이 발달해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모여든다. 가히 상전벽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낀다. 고인 물이 없다. 밖에서 새물이 계속 유입되므로 도시가 역동적이다. 이들 주민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남의 이야기 할 시간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는다. 기업가는 비지니스 경쟁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고 개인은 부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한다.
모두가 기계적으로 움직여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생업으로 바삐 움직이고 IT를 바탕으로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활기차다. 그에 반해 전주는 어떤가. 전통문화도시요 교육도시로 그 명성을 쌓아온 전주시가 산업화에 뒤쳐지면서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시내에서 10분만 벗어나면 청정한 산으로 둘러싸여 특히 맞벌이 공직자가 살기 좋다. 각종 생활물가도 비싸지 않아 돈을 마디게 쓸 수 있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일당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무척 살기가 팍팍하다. 요즘같이 코로나19가 발병할 때는 더 힘들다.
원래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산다. 물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서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만 거의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전주는 인구 65만의 도청소재지지만 농촌지역이 많아 구매력이 떨어진다. 가맥집이 많은 건 전주경제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오래동안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형 동생 문화가 만연해 익명성 보장이 안된다. 가맥집에서 한잔 한 사사로운 일도 그 다음날이면 퍼진다. 외지인 한테 배타적이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까 밤놔라 감놔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머리가 좋고 시간이 많다보니까 공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종합경기장 개발과 대한방직개발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분명 본질이 다르다. 종합경기장은 토지소유주가 시청이어서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방직은 사유재산이어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다뤄야 할 행정행위다. 김 시장이 검토중이라고 한 목소리는 제대로 안들리고 사공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행정행위를 놓고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한 것은 잘못이다. 전주발전의 단초가 될 대한방직 개발문제를 시에서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걸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검토한 것은 시장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주시도 산토끼를 잡으러 다닐 일이 아니라 (주)자광이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것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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