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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가장 어두울 때 새벽은 가장 가까이 있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지금 이 맘 때쯤 되면 대입을 위해 학생들이 수능이든, 학생부 전형이든 나름 열심히 준비하며 도서관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로 꽉 차있었다. 그런데 올해 학교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꼭 야간자율학습을 하겠다는 학생들만 도서관에 거리를 두어 앉아있고 거의 모든 학생은 집으로 간다. 학생부 전형을 준비하겠다는 학생들도 비슷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규 수업을 마치고도 공식적인 동아리든 자율동아리든 활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거의 사라졌다. 식당의 풍경은 오래 전에 바뀐 지라 이제 낯설지도 않다. 전쟁 중에 배식하는 것처럼 거리를 두고 줄을 서며, 차단막을 가린 상태로 식사를 하는 모습은 옹기종기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던 코로나 이전의 식사와도 너무 다르다.

 

△코로나19의 낯선 학교 풍경

수업의 풍경은 더욱 극적이다. 적게 가르치고 학생들 스스로 말하게 하고 학습할 때만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말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교실은 ‘질문하지 않는 교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용하다. 수업시간에 모두 마스크를 코에 걸친 학생들은 눈만 드러내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아무리 눈을 마주쳐도 그들의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시각과 청각으로 길러지는 공감의 폭은 좁아지고 학생들에게 실제로 학습하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교사들 간에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인가, 학생중심 활동수업이 옳은가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던 교육적 담론들은 급속도로 많이 사라졌다. 그 뿐 아니다. 한국교육을 둘러싸고 ‘경쟁’과 ‘협동’, ‘학력’,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등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려는 의지도 많이 줄어들어 보인다. 그저 지금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지기를 모두 함께 기대하는 듯하다. 아무튼 학교의 풍경은 코로나19 이후 너무 낯설고, 중고기계처럼 삐걱거리면서도 하루를 무사히 지내는데 채워진다.

 

△프랑스 대입시험마저 뒤바꿔

이런 풍경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선진국들의 학교풍경도 비슷할 것이다. 특히 대입은 중요한 교육현안인데 우리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코로나19는 2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마저도 뒤바꿔 놨다. 프랑스는 올해 바칼로레아를 논술이 아닌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교육의 대표적인 사례인 ‘박(Bac)’이라고 부르는 바칼로레아는 매년 6월 일주일간 치러지는 고강도 시험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제1 제정 때인 1808년 도입돼 2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왔고 합격한 고교졸업생은 국립대에 진학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시험은 철학 논술로 프랑스 대입의 상징과목이었다. “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자유를 희생해야 하는가?” “시간을 피하는 것이 가능한가?” 등 철학 논술 주제는 전 사회적인 토론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역사적인 시험마저 사라지게 했다.

 

△수능난이도 논란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흐름이 전혀 없지 않았다. 지난 4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범위에서 고교 3학년 교육 과정을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즉 “현재 고교 3학년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과감히 시험범위를 줄이는 게 국가가 학생들에게 정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개학이 한 달 이상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3 수험생이 졸업생보다 불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올 고교 3학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능시험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며 “이미 고교 3학년 교육과정을 마친 반수생과 재수생 등과 똑같은 경쟁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의해 그 안이 거절되자 다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지난 2일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 등으로 학습에 차질을 빚은 고 3학생들을 위해 수능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의 반응은 차가웠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해 고 3학생과 재수생 사이의 격차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해 수능 난이도 조정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올해 대입수능시험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가?” 물어봤다. 학생들마다 의견은 달랐다. 재학생인 김재현(가명) 학생은 “수능 난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코로나 19가 급격하게 확산된 3월부터 재수생들은 여전히 대형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했으며 기숙학원들도 마찬가지인데 재학생들은 EBS 등으로 온라인 수업을 했지만 개념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그 뒤 학교에 등교해서도 밀린 학습을 따라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니 “실제로 대입자격고사와 마찬가지인 수능의 수준을 낮춰야만 헌법에 나온 기회의 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의 의견은 달랐다. 도내 학원에서 재수를 하는 정수연(가명)씨는 “수능의 수준을 낮추는 일은 재수생이나 삼수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역차별이다”고 말했다. “재수생들이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에 학원에 간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학업능력을 올리려고 한 것이고 누구보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에 철저하게 대응했는데 이제 와서 수능의 난이도를 낮추는 일은 억지다” 말했다. 게다가 “재수생은 작년 고 3에 이어 올해까지 수능 준비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했는데 그 점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이제 와서 수능의 난이도를 낮춘다는 오히려 재수생에게 크게 불리하며 무엇보다도 불평등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의견도 궁금해 물어봤다. 전주 모 여고에서 고 3 진학부장을 하고 있는 이종관(가명) 교사는 “지금 그런 논의를 아애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의 난이도를 높이든 낮추든 그런 말이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때마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학업능력이 떨어져있는 학생들의 신경만 자극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을 볼 때에도 “수능의 난이도는 들쭉날쭉했는데 지금 학생들의 수준을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능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보다 더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의 수업참여도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기능과 태도를 중요하게 보는데 지난 3,4월 동안 면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업에서 얼굴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학생들의 교과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이다”고 말한다.

 

△학교가 존재하는 목적

코로나 19로 인한 학교와 교육의 문제를 우리는 언제 어떻게 해결할지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학교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기본교육을 마치게 하며 고등교육으로 진학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교사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가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미래를 위한 여러 준비를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고하신 故 김영삼 대통령의 말처럼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거나 늘 기억하는 “가장 어두울 때 새벽은 가장 가까이 있다”는 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포스트코로나의 삶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학교와 교육은 과거에 우리의 꿈과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그 말은 “학교는 아이들이 학습을 통해 희망을 키우는 곳이며 학교생활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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