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과거 통합당의 행적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진정성 여부를 떠나 ‘호남 구애’ 행보를 펼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쉽게 용납될 수 없는 행보에 대해서도 거듭 용서를 구했다. 이런 모습이 언론에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 되면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청래 의원은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의 광주‘무릎 사죄’는 서독 빌리 브란트 수상을 흉내낸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를 훔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브란트는 진정성을 갖고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깊이 참회했는데 김종인이 그 장면을 연출했다”며 “김종인이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전두환의 민정당에도 몸담지 말아야 했고 노태우 정권에도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새삼 이 무슨 신파극인가”라며 목청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5.18사죄에 맞춰 ‘친(親)호남 정책’을 본격 펴겠다고 밝혔다. 당의 새 정강 초안에 ‘5월 정신’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5.18 유공자에 대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정기국회 법안과 연말 예산에서도 호남지역을 적극 챙긴다는 방침이다.
김위원장과 통합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호남 지역민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수 십년간 보수정당이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고 폄훼하는데 앞장서 온 행태로 인해 누적된 불신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번의 사죄 행보도 지지율 반등을 노린 일시적인 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보수 야당은 새누리당 때 부터 당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한 이벤트성 서진(西進)정책을 펴왔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김위원장의 사죄를 계기로 호남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행동을 꾸준히 보여줄 때 호남지역 주민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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