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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여름나기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코로나19 재확산, 54일간의 최장기 장마, 무더위와 열대야,

경자년(庚子年) 여름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예년의 여름나기는 대체로 더위와만 싸워 이기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를 미리 준비하고, 7월 말에서 8월 초의 혹서기에 시원한 곳으로 국내외 여행 겸 피서를 다녀오면 큰 고비가 넘어가곤 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걸 바꿔 놨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조심스러워 대부분이 홈캉스를 하고 있다. 진정되어가나 싶던 코로나가 광복절 광화문집회가 기폭제가 되어 전국으로 재 확산되고 있다. 아빠는 재택근무, 아이들은 집에서의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난 기쁨은 잠시다. 아침에 각자 일터로 나갔다 밤늦게 잠시 얼굴을 대할 때는 좀 더 많은 대화와 스킨십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막상 비좁은 공간에서 가족들이 하루 종일 부딪치다 보면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이 더 잦아지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도 더 깊어진다. 밖에 나가자니 코로나 감염 걱정, 집안에 있자니 가족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여기에 무더위까지 더해지면 짜증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짜증스런 한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 지가 궁금해졌다. 부채 말고 마땅한 냉방장치가 없어서 더 힘들지 않았을까. 아니면 지금 같은 지구온난화도 없고, 인구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낫지 않았을까. 선조들의 여름나기 방법에 대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잘 정리해주셨다. 다산이 말한 무더위를 이기는 여덟 가지 방법(消暑八事, 소서팔사)을 보자. 솔밭에서 활쏘기(松壇弧矢, 송단호시),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槐陰?韆, 괴음추천), 넓은 정자에서 투호하기(虛閣投壺, 허각투호),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淸?奕?, 청점혁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西池賞荷, 서지상하),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東林聽蟬, 동림청선), 비오는 날 시 짓기(雨日射韻, 우일사운), 달밤에 발 씻기(月夜濯足, 월야탁족).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한량들의 신선놀음이다.

국내외 이동이 막히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야만 하는 올 여름 코로나 무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SNS와 블로그를 통해 올 여름에 딱 맞는 피서법들을 찾아보았다.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피서법은 에어컨, 선풍기를 아낌없이 틀어놓고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미뤄뒀던 드라마와 영화를 실컷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이 피서법을 따라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꼭 보고 싶었으나 10부작이라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작품이 하나 있었다. 금년 4-5월에 미국 ESPN이 방송하여 대박을 터뜨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10부작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다. 넷플릭스 부터 가입하였다. 미리 준비한 시원한 맥주와 함께 편당 50분짜리 10편을 한 방에 폭풍 감상하였다. 워낙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는 작품인지라 더위는 물론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역시 코로나 시대에 최고의 피서법이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올 여름에 맞는 피서법으로는 사람 뜸한 곳에서 풀벌레 소리 들으며 야간 산책하기, 창밖 빗소리듣기, 사람 없는 계곡 물에 발 담그기, 맛있는 음식 만들기 도전하기, 시원한 곳에서 책 읽기 등이었다. 대가족이나 모임에서 단체로 시원한 바다나 계곡을 찾아 물놀이하고 맛있는 음식 해먹는 피서법은 이제 안녕이다. 무이동, 비대면을 특징으로 하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피서법을 찾아 익숙해지도록 노력해보자.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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