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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는 소셜 미디어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코로나 팬데믹.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폭발한 인종차별 갈등과 폭력사태. 모든 여론조사들의 바이든 승리 예측. 그럼에도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7300만 표 이상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무능과 거짓말, 속임수, 인종주의, 수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7000만이 넘는 유권자가 그를 찍었다”고 놀라워했다. 그러기에 트럼프는 더욱 더 패배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4년 전이나 올해의 트럼프 선거 전략은 단 하나다, 바로 철저히 편 가르기이다. 트럼프는 모든 사람의 대통령, 통합 대통령 등에는 전혀 관심 없다. 오직 내편의 사람들만을 챙기고 내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국은 이미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정치적 갈등과 반목은 전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두 동강으로 분열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앞으로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조국장관 사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검찰개혁,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우리의 여론은 갈기갈기 찢겨져있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의 주범은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손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은 지역, 계층, 이념 등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다. 정치인에 못지않은 또 다른 공동정범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들이다. 이들이 국민들을 통합시키기 보다는 양 갈래로 갈라놓고 있다. 지난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크게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페이스 북 등 소셜 미디어 전직 임원들의 증언과 고백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들이 우리 인간들을 연결시켜주면서 동시에 조종한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업자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각 이용자별로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하여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통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셜 미디어 중독을 만들고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보수 또는 진보인 이용자는 온전히 자신의 성향과 맞는 콘텐츠만 제공받고, 다른 성향의 콘텐츠를 접촉하기가 어렵게 된다. 아울러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의 ‘팔로우’ ‘친구 맺기’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섬에 갇히게 된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뉴스나 정보들이 확인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많다는 점이다. 그들만의 섬에 갇혀 사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객관적 시각과 비판적 판단능력을 잃어버리고, 정치적으로 극단화되기 쉽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넘쳐나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소셜 미디어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좀비로 전락하였다.

나와 상대방의 의견과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관용(tolerance)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탱해주는 초석이다.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가 정치적 양극화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동된다면 민주주의가 위태롭게 된다. 소셜 미디어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관점과 콘텐츠를 접촉하여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키울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가 더 이상 사회를 분열시키기보다는 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만약 소셜 미디어가 이를 자율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제는 국가가 개입하여 강제로 이행시켜야하지 않을까 싶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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