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 주필
전북은행에서 자행 출신이 은행장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간에는 관치금융의 연장선상 속에서 금융당국 출신이나 한은 대주주의 입김이 작용 안하면 은행장이 될 수 없었다. 노조가 나름대로 줄기차게 자행 출신이 은행장이 되어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제기해왔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4연임을 눈 앞에 둔 임용택 현 행장이 지난달 18일 밤 사내게시판에다가 전격적으로 용퇴를 선언해 서한국 수석부행장(57)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2014년11월 증권 캐피털 은행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임 행장이 취임했지만 3연임 관계로 장기집권에 따른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노조의 협조로 연임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부담으로 작용, 뭔가 묘책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내부에서는 전혀 임 행장이 사퇴할 것으로 생각치 않고 1년 정도 더 하다가 지주회장으로 갈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의 목포상고 동기인 선친 임종기 전국회의원의 정치적 DNA를 이어 받아서인지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자행 출신 은행장을 본인의 의중대로 만들고 떠나게 됐다.
은행장 후보 숏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에 서한국 수석부행장과 함께 올랐던 임 행장이 용퇴 함에 따라 서 수석에게 물꼬를 터줬다. 그런 방식이 아니었으면 내 외부에서 서로가 경쟁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자칫 자행 출신 행장 선출도 물건너 갈 수 있었다. 임 행장이 서 수석을 낙점한 것은 그가 종합기획부 출신으로 은행업무에 정통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적임자로 일찍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한 지주회장과 임 은행장의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속에서 한동안 은행을 떠났던 그를 다시 임 행장이 불러들이면서 수석부행장을 맡긴 게 주효했다.
정읍 입암면 출신으로 입암중 전주제일고를 졸업한 후 입행, 종기부 등에서 은행 전반에 걸친 발전전략과 수익모델 등을 수립해온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한국방송통신대와 전북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강한 학구열을 보여왔다. 고등학교 때 3년 개근할 정도로 성실성이 몸에 밴 탓에 각종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해왔다는 평을 얻었다. 내부에서 다정다감하고 선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소문난 그가 꽃길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코로나19로 악성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늘리는 게 당면 과제다.
갈수록 영업환경이 안좋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나갈지도 관건이다. 특히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놓고 지역에서 전북은행이 부산은행 같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도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기업으로서 사회공헌사업은 물론 도민들로부터 대출금리가 높다는 불만을 개선하는 것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사랑받는 은행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제2창립에 버금갈 정도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무튼 도민들은 자행 출신이 은행장 된 것을 반기면서 낙후된 전북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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