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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세상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세상살기가 나아지기보다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가져온 탓만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데 근본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생후 2주밖에 안 된 피붙이를 20대 철없는 부모가 죽여 놓은 막가는 세상이 되었다. 30대가 자신의 얼굴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60대를 힐킥(무릎으로 가격)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왔다.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무서운 세상이다.

하굣길에 고교생들이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목격해도 그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예전에는 나무라고 타일렀지만, 지금은 어른이랍시고 꾸짖고 주의를 줬다가는 개망신 당하기에 십상이다. 자식이나 손자뻘 같아서 하지 말라고 말했다가는 바로 당신이 뭐길래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느냐면서 눈을 부라리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달려들 것이다. 시내버스나 전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미풍양속은 기대할 게 못된다. 어린아이를 업었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고 눈길도 안 준다.

테스형. 왜 세상이 이렇게 험악하게 돌아가나요.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게 원인인 것 같다. 먹고 사는 직장도 다를 바 없다. 땡전 뉴스라는 말이 80년 5공 때 널리 회자된 것처럼 요즘에는 정각 8시나 9시에 출근하고 5시나 6시에‘땡’하면 칼퇴근한다. 그 이후에는 휴대폰도 닿지 않아 연락하는 사람이 마치 정신 나간 웃기는 사람이 돼 버렸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살풍경만 펼쳐진다.

스마트폰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그 반대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만 만연시켰다. 세대 차라고 말하기보다는 20, 30대들은 마치 딴나라에서 온 사람 같다. 기성세대들과 말과 행동이 다르다. 식생활 패턴도 차이가 엄청나다. 부모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기도 귀담아 듣지 않고 괜한 잔소리로 여겨버린다. 밥상머리 교육이 멀어진 만큼 부모와 자식 간 정도 그만큼 멀어졌다. 부모를 학대하고 패륜을 저지른 끔찍한 범죄만 늘어난다. 캥거루족이 늘면서 온실 속의 화초마냥 젊은층의 자립 의지가 약해 부모들만 늙어서까지 뼛골 빠진다.

가정 학교 사회가 기계식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인성교육이 안됐다. 운동선수들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되다 보니까 설령 학교폭력을 저질렀어도 묻히고 파묻혔다. 그게 이제서야 SNS를 통해 까발려 지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지금부터는 잘못한 일은 무작정 남 탓으로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천주교 신자들처럼‘내 탓이요’라고 했으면 한다. 법학자 옐리네크가‘법은 도덕의 최소한 이라’고 말한 것처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법의 공정성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법이 사회적 안정을 지킨다.

코로나로 고통 받으며 불확실한 세상 속에 살아도 새해에는 사람 냄새 풍기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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