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우리들 대부분은 빠르게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만성스트레스가 건강을 위협하고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의 대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삶의 파괴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채 아슬아슬하게 살고있다.
스트레스(stress)란 ‘해로운 내외적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가 위험한 스트레스원(stressor)에 노출되면 살아남도록 설계된 정상적인 육체적·정신적 반응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시스템은 곰의 공격과 같은 공포나 위협이 감지되면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의 활성화를 통해 작동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노르에피네프린/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유리되면서 투쟁이나 도피를 할 수 있도록 신진대사등 생존시스템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위험상황이 종료될 때 그 작동은 멈춰지고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자극 후 회복되는 스트레스반응은 때로는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육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점차 강하게 단련시키고, 작업능률을 높이는 등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성스트레스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만성감염이나 만성 염증성 질병은 물론 화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오랫동안 지닐 때 스트레스시스템은 계속 자극 받는다. 만약 일에 대한 압박감, 원만하지못한 인간관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함으로 인한 열등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 각종 불쾌한 자극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시스템의 활성화가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낮은 수준의 HPA 축의 활성화가 장기화 되면서, 유리된 저농도 코티솔은 억제적 피드백 기능을 잃은 채 계속 분비되고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이 스트레스호르몬은 미약한 수준의 만성염증 및 산화스트레스 등 유해한 반응들을 유발시켜 뇌,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 대사계, 위장계 및 기타 장기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결국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우리나라 최근 통계청자료에 따른 10대 사망원인 질환들 대부분은 만성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유연성을 강화시켜가야 한다.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인 적응유연성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 개인마다 다르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고 양방향성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몸이나 비관적인 사람은 적응유연성이 약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시키는 운동과 유머감각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또한 심리적 만성스트레스는 스트레스원에 대한 마음의 해석이나 감정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으로 해석하지 않는 낙천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하겠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적응유연성을 월등히 약화시키지만, 감사, 기쁨, 평화, 행복 등은 적응유연성을 현저하게 강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는 현재 부정적 감정으로 인식되어 스트레스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무게를 둬야한다. 지금은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기만 한 것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만성스트레스와 만성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운동과 함께 ‘주변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건강에 대한 노후대책을 준비해야겠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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