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80만 명 붕괴에도 대책은 감감
초라한 국제금융센터 짓겠다는 전북
중앙에서도 전북 정치인 존재감 없어
1960년~1970년대 250만 명에 달했던 전북 인구가 지난달 18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1966년 252만37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1999년 199만9255명으로 200만 명이 붕괴됐다. 2005년에는 19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난달 179만7450명으로 180만 명 선도 지키지 못했다. 인구 180만 붕괴가 주는 충격보다 향후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암울하다. 고령화된 전북은 합계출산율이 3년 연속 전국 최하위권이다. 청년 인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자치단체 마다 인구 늘리기 정책에 고심 한다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전북의 현실이다.
지역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자긍심을 줄 만한 사업도 보이지 않는다. 규모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11층 짜리 전북 국제금융센터 건립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모양이다. 울며겨자먹기로 지난해 사업을 떠안은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지 4개월 만에 전북신보 사옥을 지어 국제금융센터로 활용하기로 결론냈다.
제1·2 금융중심지인 서울 국제금융센터는 55층, 부산 국제금융센터는 63층 규모다. 45층 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는 물론 30층 짜리 고층 아파트 숲에 가려진 전북혁신도시의 11층 짜리 ‘국제금융센터’ 간판이 눈에 들어올지 의문이다. 제3 금융중심지에 걸맞는 국제금융센터를 지으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고작 전북신보 사옥 건립을 대책으로 내놓은 초라한 전북의 현실이다.
제3 금융중심지를 새만금 개발과 연계해 조성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귀기울일 만하다. 11층 짜리 국제금융센터만 달랑 지어놓고 제3 금융중심지를 요구하기보다 새만금의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제3 금융중심지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서울·부산금융센터와는 달리 새만금과 연계한 전북 만의 미래 독창적 금융타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제금융센터 건립과 제3 금융중심지 지정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란은 전북의 정치력 부재로 귀결된다.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이 이뤄지고 새만금의 실물경제를 뒷받침해야 할 금융 여건이 필요하면 50층 이상의 국제금융센터 건립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지만 전북 정치권은 여전히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의 정치력 부재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월 2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도내 국회의원은 전무했다. 김윤덕·김성주·한병도·안호영 의원 등 재선 국회의원 모두 손사래를 쳤다. 과거와 달리 최고위원의 역할이 약화돼 지역에 큰 실익이 없고 1인 2표제에서 수도권 후보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인 만큼 청와대와 소통하며 전북 현안을 해결할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혼재했지만 나서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의 모습을 10년 넘도록 볼 수 없게 된 왜소한 전북 정치의 현실이다.
최고위원의 당내 위상이 과거와 다르다고 하지만 매주 세 차례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의 지역 현안 관련 발언은 당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도내 의원들이 중앙 정치권에서 권한에 비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후보들 가운데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경력이 없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전북 정치권의 미래도 밝지 않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존재 의미가 없다. 답답하고 초라하고 왜소한 전북을 도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성난 민심은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정치적 금언(金言)은 지난 4·7 재보선에서도 확인됐다. 전북 정치인들이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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