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행사를 하고 있다.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말 선유도해수욕장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 대여섯 명이 모래사장에 둘러서서 톱과 낫을 들고 모래 속에 묻혀 있는 뭉텅이 어망을 마치 칙이라도 캐듯이 당기며 썰고 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폐어망이 워낙 깊이 박혀 있어서 장정 예닐곱 명이 힘을 써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뿌리는 남겨두고 중간에 잘라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우리 연근해 바다는 눈에 띄지 않게 묻혀 있는 각종 폐그물이 산재해 있고, 가까운 어항이나 항만에 방치되어 있어 쉽게 볼 수 있는 부피가 큰 폐 FRP(Fiber Forced Plastics) 선박까지 다양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동안 언론에도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듯이 폐사한 바다거북에서는 비닐, 빨대 등이 다량 발견되어 우리를 놀라게 한 바 있고 특히,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대표적인 수산물인 굴, 바지락, 가리비, 홍합 등에서는 미세 플라스틱(크기 5mm 이하)이 다량 검출되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 연안에 부유하는 해양쓰레기는 육상에서 강을 따라 유입되는 육상기인(陸上起因) 쓰레기가 9.5만 톤, 해상에서 어로, 레저 등 해양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상기인(海上起因) 쓰레기가 5만 톤 등 대략 14.5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어업인들의 생활터전인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상기인 쓰레기 가운데 75.6%에 해당하는 3.8만 톤이 어로행위나 양식 등 어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어구가 유실되어 발생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 스티로폼 부표, 합성섬유 그물 등 폐어구는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업 활동에 사용되는 어구 사용량은 적정량인 5만 톤을 훨씬 뛰어넘어 2.5배나 많은 13만 톤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이처럼 넘쳐나는 해양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정부 주도로 펼쳐지는 가운데 어업분야의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으로 친환경 소재를 접목한 어구의 보급, 폐어구나 폐 부표를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불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도외시하고 좀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친환경 어구를 외면하는가 하면 많은 어획고를 올리기 위한 욕심에 정해진 규범을 벗어나 정부의 노력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한은 풍요롭고 깨끗한 우리 삶의 터전인 예전의 바다로 돌아가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고 종국에는 황폐한 바다가 오히려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올 것이다.
바다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짝이는 금빛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낭만 가득한 장면을 상상하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쓰레기로 뒤덮인 오염되고 황량하고 냄새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다가 우리를 기다릴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다함께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욕심을 버리고 바다를 내 것처럼 대하는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의 환경을 회복시키고 보존하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