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창에서 2.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가 크지 않고 피해가 없어 지진이 있었는지 조차 모른 채 지나갔으나 이번 지진이 올 전북에서 발생한 49번째란다. 2018년 26건, 2019년 50건, 2020년 63건 등 전북에서 발생하는 지진 증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다행히 지금까지 전북에서 큰 지진 피해는 없었지만 언제든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2017년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 피해가 보여줬다. 당시 규모 5.4 지진으로 135명의 부상자와 179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북도가 주요 단층대를 조사한 결과 진안 용담, 완주 비봉, 완주 구이 등 3개 지점에서 활성단층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북지역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특히 동부권 보다 서부권이 15m 이상 깊은 연약층이어서 지진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 보다 포항 지진 규모가 작았으나 포항 피해가 컸던 이유도 연약층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책은 안이하고 허술하다. 실제 올 8월 기준 전북지역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10.4%에 불과하다. 건축물 대다수가 여전히 내진설계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포항 지진 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이상 건축물’을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시켜 내진설계를 강화했으나 법 개정 전의 기존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아 내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물론 현행 기준에 맞춰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을 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건물에 따라 재건축을 해야 하거나 내진 보강을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따르는 것이어서 법으로 강제하기도 어렵다.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 때 건폐율과 용적률 10%를 완화해주는 인센티브가 있으나 이 정도만으로 내진율을 높이는데 역부족이다.
내진 보강을 위한 획기적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대규모 인명피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지진 위험성을 앞에 두고 비용문제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말이다. 한꺼번에 내진 보강이 어렵다면 매년 목표치라도 세워 내진율을 높이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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