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주변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간부 직원 징계를 둘러싸고 냉랭한 기운이 감지된다. 원래 다른 분야와 달리 체육계는 선후배의 끈끈한 유대감과 함께 팀워크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조직이 일사불란하고 응집력이 강해 거친 승부세계에서 뛰어난 성적도 거둔다고 알려졌다. 이런 곳에서 얼마 전 고위 간부에 대한 직원의 갑질 폭로가 불거지자 내부는 아연 긴장했다. 그것도 학창시절부터 같은 종목 선후배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온 관계라고 전해진 뒤 안타까움은 더했다.
정치로부터 독립한다는 민간체육회장 체제가 닻을 올린 지 3년째. 아쉽게도 출범과 동시에 유례없는 코로나가 덮치면서 예년과 같은 활발한 경기 모습과 훈련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갑질 의혹 문제가 터지면서 체육회 안팎은 뒤숭숭하다. 고위간부 직무 정지에 이어 고소까지 잇따르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작년 12월에도 사무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고위간부 출신이 도체육회 인사에 개입했다며 이를 폭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에 대해 선거용 조직 흔들기가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양측 진실공방은 선거를 겨냥한 기 싸움이라고 주변에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 입지자들의 샅바싸움이 시작된 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갑질 고위 간부와 인사 개입설 전직 간부가 공교롭게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체육회에서 투톱 체제로 움직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체육계 주변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강선 회장 취임이후 도청·도의회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인사 개입, 예산 삭감 등 현안마다 갈등을 빚었다.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체육회 결원인력 충원 문제를 끄집어내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민간회장 출범후 체육회 예산이 10억원 정도 삭감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핀잔을 줬다.
아쉬운 건 민간 체육회장 선거 때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예산 확보가 당시에도 최대 이슈로 떠올라 관심을 끌었다. 도지사 회장 시대와 달리 민간 회장의 처지는 누구나 알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아닌게 아니라 민간 회장 이후 예산 삭감 논란은 여러 번 제기됐다. 이 밖에도 인사 교류 등 문제도 녹록지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갑질과 폭행 그리고 인권 침해 문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다. 과거 끈끈한 조직 문화로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 다만 이런 계속된 잡음들이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곤란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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