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국운을 걸머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됐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총성 없는 경제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매우 엄중하기에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비호감 대통령 선거는 없다. 후보 본인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 문제 등 각종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유권자들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진영마다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판치는 데다 자질과 주술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가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마치 골목대장을 가리는 우격다짐 같은 느낌이다.
대선이 진흙탕 선거전으로 변질함에 따라 선거혐오감도 커진다. ‘그놈이 그놈이다’, ‘모두가 똑같은 놈이다’는 비방과 폄훼가 넘친다. 그렇다고 욕하는 사람을 말리거나 나무랄 수도 없다. 후보 모두 스스로의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11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국부(國父)로 추앙받을만한 인물을 꼽을 수가 없다. 정치 보복 금지와 남북 화해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이 그나마 ‘DJ 선생’으로 불린다.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비위와 부정부패, 실정과 국정농단 등으로 씁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아무리 대통령 후보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하고 욕을 하더라도 선택해야만 한다. 국민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잘 지켜보지 않았는가.
투표는 선택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을 면할 수 있다. 능력과 자질, 리더십과 국가 경영 철학이 없는 인물을 뽑아놓고선 뒤늦게 후회하고 욕하면 그를 뽑은 사람, 그를 선택한 국민이 어리석을 뿐이다.
나를 위해, 나라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잘 보고 꼼꼼히 따지고 올바로 찍어야 한다. ‘다 똑같다’는 양비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부터 가려내면 된다. 콩을 고를 때 좋은 콩을 골라내기는 어려워도 흠 있거나 썩은 것은 쉽게 눈에 띄는 것처럼 대통령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찍어 놓고선 찍은 손가락 욕하는 우(愚)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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