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다. 남의 것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니 ‘도둑질’이지만 표절 문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진다.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의 표절 문제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때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나락에 빠뜨린다.
가까운 예는 논문 표절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이다. 그는 2010년 8월,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1년 7개월 만에 사퇴했다. 박사학위 논문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끊임없이 사임 요구를 받아온 결과였다. 그는 모교인 젬멜와이스 대학교가 자신의 논문 상당 부분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며 박사학위 박탈을 결정한 이후에도 "표절 문제와 대통령직 사임에는 관련성이 없다"며 사임을 거부했지만, 국민은 그에게 더이상 대통령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이 논문 표절로 옷을 벗었다. 총리감으로 꼽힐 정도로 전도양양했던 30대 정치인의 몰락은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 역시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라며 버텼지만, 그의 이름을 딴 '구텐플라크 위키(GuttenPlag Wiki)’를 개설하고 논문 검증에 나선 네티즌들의 활약(?)에 힘입어 내용 대부분이 표절임이 밝혀지자 버티지 못하고 사임했다. 놀랍게도 그의 표절논문은 2007년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었다.
대중적인 관심의 표절 논란은 아무래도 예술계가 으뜸이다. 대부분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지만 표절의 대열은 끊기지 않는다. 창작과 표절의 경계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관행’을 앞세운 우리 사회의 ‘쓸데없는 관대함’이 놓여 있다.
최근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신곡 ‘아주 사적인 밤’이 세계적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유희열 측은 ‘무의식적인 표절’을 앞세우면서 두 곡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주목을 끈 것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이다. 그는 ‘두 곡의 유사성이 있지만 어떤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며 법적 절차나 저작권 문제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기에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더하며 유희열의 ‘무의식적 표절’을 포용했다. 원작자가 양해했으니 표절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싶었겠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표절을 인정하고 법적 다툼이나 저작권 문제까지 이르지 않았다 해도 표절을 불러들인 양심과 논란 이후 태도에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표절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뿌리 깊은 표절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함께 단속해야 할 과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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