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드로잉(Sand Drawing)’은 모래 위에 글자나 형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지금은 샌드 아트라는 독립적인 장르까지 만들어져 있으니 그 진화가 흥미롭다. 더 놀라운 것은 2003년 샌드 드로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4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전해져 왔다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바누아투의 샌드 드로잉이 주인공이다. 샌드 드로잉은 문자가 없던 시절, 바누아투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기록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샌드 드로잉이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은 모래 위에서 쓰고 지우는 샌드 드로잉이 바누아투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로 안겨져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바누아투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바누아투는 8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중 65개가 무인도. 인구는 28만 명인 작은 섬나라다. 이 섬이 발견된 것은 17세기 초라고 전해지는데 긴 세월,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통치를 받아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 토착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바누아투가 독립한 것은 1980년. 그해 7월 30일 헌법을 제정하고 내각 책임제 공화국으로 출범했다. 이름이 된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우리의 토지’라는 뜻이다.
천연 산림자원과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커피와 코코아 생산이 전통적인 주산업이지만 지금은 산호초로 형성된 대지와 신비로운 밀림의 세계, 웅장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활화산 등 살아 숨 쉬는 자연유산으로 관광객이 늘어 주산업에 관광이 가세했다.
이 작고 신비한 작은 섬나라가 최근 파격적인 기후 위기 대책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내겠다는 선언 때문이다. 사실 바누아투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잦아지면서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다. 이미 탄소 흡수량 대책을 잘 세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국가가 되었고, 지금은 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넘어서는 탄소 네거티브의 기후 위기 대응 모범국가가 된 배경이다. ‘기후 온난화로 21세기 안에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경고에 비추어보면 바누아투의 화석연료 완전 퇴출 선언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처한 현실이다. 국가마다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8월의 집중호우 피해가 심상치 않다. 잠기고 무너진 현장에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이 처참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위기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기후 위기 정책은 없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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