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문을 닫기 시작했던 2001년 봄, 온라인을 타고(?)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사진이 있다. 체코의 한 작은 도시, 물에 잠긴 마을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소나무. 작은 바위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도 의연하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 풍경은 아름다웠다. 유럽연합(EU)의 독립기구인 유럽위원회(EC)가 지원해 선정하는 ‘유럽 올해의 나무’ 2020년 주인공이었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유럽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를 찾기 위해 개최하는 연례 대회다. ‘유럽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 찾기’란 성격도 더해져 있다.
2011년 체코의 인기 있는 나무 경연 대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시작된 ‘유럽 올해의 나무’ 경연대회는 나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선정해 중요성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그만큼 선정 기준과 방식도 특별하다. 다른 유사한 경연대회와는 달리 아름다움, 크기 또는 수령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나무의 이야기와 사람과의 관계에 무게를 둔다. 대회 운영위원회도 이를 위해 ‘더 넓은 지역 사회의 일부가 된 나무를 찾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6월 한 달 동안 유럽 전역에서 참여하는 인터넷 투표로 선정된 나무들은 그 존재를 널리 알리면서 동시에 더 지극한 보호를 받게 된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10주년을 맞았던 그해, 이 아름다운 체코의 소나무 사진 한 장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나무가 우리의 환경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2022년 ‘유럽 올해의 나무’는 폴란드 포들라스키에주의 떡갈나무 ‘오크 두닌’이다. 떡갈나무종으로 지역주민과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모두에게 존경받아온 나무란다. ‘원시림의 수호자’로 불리는 나무의 나이는 400살. 수형도 아름답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존경받는다’는 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올해 우리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한 나무가 있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존재를 알리게 된 오래된 팽나무들이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드라마 속 <소덕동 팽나무>는 우여곡절 끝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뒤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자 팽나무가 있는 창원에서는 시티투어버스까지 만들어 운행하고 있다. 이 도시의 관광 콘텐츠가 된 셈이다.
난데없이(?) 오래된 팽나무 홍보에 나선 지역이 여럿이다.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소격동 팽나무> 영향일터다. 들여다보니 나무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없고 알리는 데만 열심이다. 당연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오래된 팽나무들, 그들의 건재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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