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날, 결혼을 해서 처음 신혼집에 들어가는 날,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사를 마무리하고, 근처의 관공서를 찾을 것이다. 바로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힘차고 즐거운 시작이 되어야 할 이사의 첫 단계인 전입신고를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사건이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다. 전세사기 일당은 A지역의 빌라에 살고 있는 세입자를 몰래 B지역으로 전입신고하여, 서류상 빈집이 된 A지역의 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법을 썼다. 전입신고를 할 때, 신고하러 오는 사람의 신분증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나의 주소를 나 몰래 다른 사람이 옮길 수 있을까? 주민등록법 시행령상 전입신고서에는 전입하는 사람 모두의 이름을 쓰고, 전입자 대표나 전(前)세대주가 서명이나 날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를 하는 사람이 가짜 서명을 하고, 신고서를 제출하면, 사실상 전입자 몰래 전입신고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입신고서는 왜 이렇게 만들어진 걸까?
과거에는 이사 전후 행정절차가 복잡했다.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나가면서 전출신고를 하고, 새집으로 이사한 뒤 새 주소지의 관공서에 가서 전입신고를 했다. 만약 이사한 집이 전셋집이라면, 전세보증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확정일자를 받는 등 추가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전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절차를 빠르게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았고, 전입신고가 늦어지거나, 전세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속한 행정처리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1994년 전출신고를 폐지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출신고 의무자의 서명을 전입신고서에 받게 되었다.
절차가 통합되면서, 행정비용이 크게 줄었고, 국민생활의 편의도 향상되었다. 한 곳에 터전을 잡아 오랫동안 생활하던 과거와는 달리, 근거지를 이동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에 꼭 필요한 절차 간소화였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세대의 피해가 커지면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집에 새로운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전입신고의 대부분은 가족관계에 해당된다. 아들딸이 부모님과 따로 살다가 부모님댁으로 이사를 오거나, 주말부부로 지내던 부부가 다시 한 집에 살게되어 전입자로 신고를 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세대주와 전입자간 사기행각이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남남이 한 집에 산다고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대주가 나를 유령 전입자로 둔갑시켜, 나 몰래 전입신고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세대주와 전입자가 가족관계가 아닌 경우, 전입신고를 할 때에는 모든 전입자와 세대주의 신분증을 지참하도록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빠르면 8월, 시행령이 개정되면, 가족이 아닌 사람의 전입신고를 할 때에 모든 전입자의 신분증이 필요하게 된다.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전입신고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